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끌었던 벤처대출 제도가 국내에서 연착륙하고 있다. 성장성 있는 유망 스타트업의 자금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도입한 제도다. 대출 회사에 지분 인수권을 부여해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하는 등 창업 생태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4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집행된 벤처대출 시범사업의 대출 총액은 247억5000만원이다. 대출받은 업체 수는 42개다. 해당 시범사업은 정부 주도로 지난해 12월 IBK기업은행에서 시작됐다. 참여 업체 투자 단계는 시리즈A가 20개로 가장 많았다.
평균 대출액은 약 5억9000만원이었다. 이미 투자받은 돈이 429억원에 달하는 시리즈C 업체까지 ‘급전’을 찾기도 했다.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하며,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벤처대출은 금융회사가 스타트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받고 대출을 내준다. 이후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면 상환받는다. 지분 확보 권한도 주어져 주식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1983년 설립된 미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그룹)이 초기부터 주도해 정착시킨 벤처대출은 현지 스타트업 5개 중 1개가 활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국회는 지난 6월 벤처대출 관련법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공포했다. 제도 확산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벤처대출 시범사업의 금리는 연 6~7%로 설정돼 있다. 지난달 말 국내 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연 5.02%로 약 1~2%포인트 차이가 난다.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은 이자 부담을 낮춰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출 대가로 내줄 지분 비율도 쟁점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