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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물 국채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인다는 이유로 미국의 고금리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이들의 의견이 알려지면서 미 장기 국채금리는 일제히 떨어졌다.
헤지펀드 왕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옛 트위터인 소셜미디어 X에 “(금리 상승 때 이익을 보는) 채권 공매도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며 “현재의 장기 금리 수준에서 공매도를 유지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애크먼 회장은 지난 8월 채권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30년 만기 미국 국채를 공매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세계적 채권운용사 핌코를 공동 설립하고 월가에서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 또한 같은 날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는 어제의 주문(mantra)에 불과하다”고 X에 글을 올렸다.
두 투자 대가가 이처럼 말한 것은 둘 다 공통으로 미국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애크먼 회장은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로스 또한 “지방은행의 대학살과 오토론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미국 경제가 유의미하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10년 만기 기준 연 5% 선을 재돌파했던 미 국채 금리는 경기 하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하락으로 돌아섰다.
이날 오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5.02%로 연 5%를 돌파했지만 두 투자 거물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다시 떨어져 24일(현지시간) 오전 2시 기준 연 4.853%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 5% 잠시 올라섰지만 곧이어 연 4.9%대로 다시 내려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