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사진)은 세종시와 인연이 깊은 정치인이다. 충청남도 행정부시장을 지내면서 세종시 수정안 파동을 겪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맡으면서 세종시 마을과 교량, 학교 이름을 순우리말로 짓기도 했다. 지난해 7월 1일 제4대 세종특별자치시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행정수도를 넘어선 미래전략 수도 건설을 시정 비전으로 제시했다. 최 시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를 발판으로 세종을 국정 운영의 중추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시장과의 일문일답.
▷국회규칙 통과를 축하합니다. 그간 국회규칙 제정까지 우여곡절이 많아 보였는데요.
“2021년 9월 국회법이 통과될 당시만 해도 국회규칙 제정이 이렇게 지연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종시장 자격으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여야 의원들도 만나봤지만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 반대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국회법 개정 이후 국회규칙 제정까지 2년이 지연된 것은 이 사안의 본질이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라는 데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회규칙 제정이 지연된 배경이 서울 중심적 사고에 있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지방 소멸과 수도권 과밀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도 서울이라는 관성을 넘어서야 합니다. 위기의식만 강조해서는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서울 중심적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서울에 집중된 국가권력을 지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가 세종에 오면 큰일 날 것 같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국회가 세종으로 옮겨오면 다극 체제로의 전환도 빨라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회규칙 통과가 서울 중심의 단단한 인식에 커다란 균열을 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세종시 건설 목표가 국가균형발전인데, 지난 10년간 성과가 있었습니까.
“세종시는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2012년 7월 출범했습니다. 세종시를 건설하면서 수도권 인구 50만 명 이주를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습니까. 이 기간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유입된 인구는 6만2000명에 그쳤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는 85만 명 늘었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국가권력이 죄다 서울에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과 일자리 기회가 서울에 몰려 있어, 서울은 지방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철벽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나라는 국가권력 중에서도 입법부 비중이 큰 나라입니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커 보입니다.
“지난 10년간 행정부 중심의 이전으로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사실상 입법 과정을 통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입법 과정에 영향을 받는 기업, 이익단체는 서울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국회규칙 통과의 의미가 크다는 것입니다. 국회사무처 직원과 보좌진은 물론 국가 입법 기능과 연관된 산업 전반의 이전이 불가피합니다. 국가 입법 기능에 큰 영향을 받는 기업과 이익단체도 세종에 활동공간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연간 2만 명에 달하는 국회 방문객과 민원인까지 포함하면 수도권 일극 구도에 던지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시 정책이 궁금합니다.
“우리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 실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설되는 도시입니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은 탄생 목적에서부터 지방시대 실현이라는 시대적 소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의 조속한 건립에 매진하겠습니다. 나아가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법적 지위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고른 발전과 전국 어디서나 잘 사는 지방시대 실현에 앞장서겠습니다.”
■ 최민호 세종시장은
△대전 출생(66)
△서울 보성고,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추진기획단 단장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인사실 실장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