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투자 피난처'로 은행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변동에 따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보다는 고금리와 배당의 수혜가 기대되는 은행주 투자를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KRX은행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9% 하락한 629.68포인트(p)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8일 659.05p에 거래를 마친 후 소폭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국내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은행주는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초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8.11% 하락했지만 KRX은행 지수는 3.69% 상승하며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 기업은행은 이달 18일 1만208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행주 강세의 배경으로는 경기에 덜 민감한 방어주 성격이 강한데다 높은 배당 기대감으로 투자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의 배당 수익률이 기대되는 BNK금융을 비롯해 DGB금융지주(8.84%), 기업은행(8.76%), 우리금융지주(8.75%), JB금융지주(8.31%), 하나금융지주(8.04%)도 8% 이상의 배당이 기대된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은행업의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은행업은 금리가 높은 시기에 예대 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이 확대돼 고금리의 수혜를 입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올해 초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으며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늦춰잡는 분위기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주의 높은 배당 매력과 상대적 실적 안정성으로 방어주로서 매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주식시장 침체를 피해 '장기채 ETF'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은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 금리가 높은 미국이 금리 인하에 곧 나설 것이란 기대에 장기채 투자에 나섰지만 채권 금리가 계속 오르고(채권 가격 하락) 있어서다.
실제 미국 장기채 ETF의 손실 폭은 적지 않다.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수익률은 -14.10%였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도 -14.18%로 부진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두 상품을 각각 626억원, 13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8월초만 해도 4%대 초반에서 횡보했지만 9월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이달 19일(현지시간) 장 중 한때 5%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대를 넘어선건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언급하며 추가 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전쟁비용 지원으로 국채 공급량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절대 금리보다는 변동성이 잦아드는 국면에 매수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매수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