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보험주를 늘리거나 현금흐름이 우수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은행·보험 실적 개선 전망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9월 13일~10월 13일)간 코스피지수는 3.17%, 코스닥지수는 8.38% 하락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여파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금융주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1개월 동안 KRX은행지수는 2.20%, KRX보험지수는 3.81% 상승했다. 종목별로 보면 상승세는 더 두드러진다. 이 기간 은행주 중에서는 기업은행이 7.90% 상승해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금융지주(7.01%) DGB금융지주(6.46%) JB금융지주(4.59%) 우리금융지주(4.07%) 순이었다.
보험주 중에서는 롯데손해보험이 55.2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양생명이 10.69%, 한화생명 9.79%, 흥국화재 7.79%, 현대해상 5.35%, 한화손해보험이 5.26%의 수익률을 보였다.
은행·보험 업종이 금리 상승 기조에서 투자 회피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상승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은 순이자마진이 개선되고, 보험사는 채권 운용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실적 개선은 배당 강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은행주의 주주환원율은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년도 주주환원율 상승 기대가 주가에도 반영될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 금리가 상승 국면인 만큼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오랜 기간 소외됐던 생명보험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아 잉여현금 예상 1위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잉여현금이 많은 기업일수록 배당 재원이 탄탄하고 고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인 잉여현금흐름을 중심으로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주 친화 성향 등도 동시에 고려하라는 조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8조754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상장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기아 영업이익이 6조2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4% 이상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낸 영향이다. 2위 현대차는 연간 기준 6조1713억원의 잉여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CJ(2조2921억원), 대한항공(2조83억원), SK텔레콤(1조8612억원), 네이버(1조6255억원), LG전자(1조5355억원), 포스코홀딩스(1조4714억원), 삼성물산(1조4536억원) 순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5조3099억원으로 예상돼 주요 기업 중 잉여현금흐름 예상치가 가장 적었다. SK이노베이션(-5조1944억원), LG화학(-4조2115억원) 등도 잉여현금 보유액이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2차전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설비투자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으로 -1조5649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배당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결정을 통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배태웅/성상훈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