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중국이 서로 디리스킹하면 한국의 피해가 중국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22일 IMF가 자체 모델을 적용한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OECD가 동맹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 상황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프렌드쇼어링 상황은 중국과 OECD 회원국들이 상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되, 다른 국가와의 교역을 제한하지 않는 환경을 가정했다. 그 결과 중국은 자국산 제품의 수요 감소와 공급망 변동에 따른 생산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GDP가 6.8% 줄어들 것으로 나왔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련성이 커 다른 경제권보다 피해가 클 것으로 평가됐지만, 중국보다는 타격이 작았다. 프렌드쇼어링 시나리오에서 세계 GDP 감소율은 1.8% 수준이고, 중국과 OECD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0.2% 정도로 나타났다.
중국과 OECD가 서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를 상대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상황에서는 한국의 GDP 감소율이 중국보다 클 수 있다고 IMF는 분석했다. 리쇼어링 상황에서는 비관세 무역장벽 강화를 통해 OECD 회원국의 대외 구매 의존도를 3%포인트씩 낮추는 경우를 가정했다. 그 결과 중국 GDP가 6.9% 감소하는 동안 한국은 1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제외)의 GDP도 9.1% 감소하는 등 중국·OECD와 관련성이 높고 무역 비중이 큰 개방경제형 국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OECD 회원국의 GDP가 3.8~10.2%가량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은 GDP 감소율이 4% 미만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경제가 개혁에 성공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를 중심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으며 동남아(인도네시아 제외)와 한국의 성장률 상승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