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요즘 팀장님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고민이다. 새로운 일을 시키는 것도 어렵고, 일을 주면 역할과 책임(R&R· role&responsibility)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때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는데…”라는 본전 생각도 난다. 직장에서 일의 대부분은 혼자 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나 조직 간 연속성을 갖기 때문에, 무 자르듯이 정확하게 정리하기도 어렵다. 또 R&R이라는 게 별거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장 쳐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와중에 굳이 업무를 재조정하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는 핑계 아닌 핑계도 생긴다.
문제는 일이 되게 하려면, 일하는 ‘사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세대는 ‘투명성과 명확성’이 반영된 업무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주도성이 강한 세대이기 때문에,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내 역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일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의미다. R&R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을 마치 일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정확해야 일에 몰입하는 세대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수행하고 책임져야 할 업무의 범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업무 R&R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R&R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단순한 업무 배정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일을 해야 하는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일에 대한 의미 부여와 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가족관계, 사는 곳 등 개인적인 질문은 금지되지만, 업무에 대한 대화는 충분히 깊게 나눠야 한다.
바빠도 이 일을 하는 배경과 목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수행할 경우, 개인이 얻게 될 이익과 성취 수준에 대한 공유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잘되는 것’이다. 이 일을 성공에 기여했을 때,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성취에 대한 그림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일을 시키는 방식이다. 일에 대한 설명 없이 ‘던지는’ 업무에는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 성의 없이 던져진 일에 매력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없다.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을 시키는 방식이 싫은 것이다. 아무 이유나 설명 없이 일을 던지는 것, 일방적인 명령, 보고를 위한 보고 등 이렇게 일을 시키는 방식이 싫은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예전 세대도 이런 방식은 좋아하지 않았다. 단지 표현하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