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카카오의 저주가…대체 언제 걷힐까요." (에스엠)
"블랙핑크 재계약이든 해체든 빨리 결론내 주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 입대는 악재 중의 악재 아닌가요." (하이브)
가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겨울이 찾아온 가운데 주식시장에도 찬바람이 부는 중이다. 대부분의 주식이 부진하지만 엔터주는 유독 죽상이다. 개별 악재까지 떠안았기 때문이다. 주요 엔터주 종목토론방을 보면 악재의 경중과 지속성을 따져가며 주가를 예측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지난달 20일부터 직전 거래일인 지난 20일까지 한 달간 33% 넘게 밀려났다. 올 5월 31일 장중 9만7000원을 터치했던 주가의 현주소는 5만3000원대다. 고점 대비 거의 절반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 기간 에스엠(-14.8%)과 하이브(-8.5%), JYP엔터테인먼트(-7.9%) 등도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7.2%인 점을 감안하면 네 종목 모두 시장보다 더 많이 내린 것이다. 대체로 상반기 급등분을 조금씩 되돌리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을 40~70% 수준으로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우울한 한 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TIGER 미디어컨텐츠(-14.88%)와 HANARO Fn K-POP&미디어(-12.78%),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11.69%) 등이다.
해당 기간 투자주체별 수급을 살펴보면 대체로 기관과 개인의 매도 압력이 컸다. 다만 외국인 수급의 경우 JYP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는 순매수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엔터 산업은 팬덤 기반의 영역이기 때문에 불황에 타격을 받지 않는 대표적 섹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각사 일등공신인 기존 그룹들의 활동 공백이나 재계약 이슈가 주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신인 그룹들에 기대를 걸었지만 올해 대부분이 데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앨범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결국 각각의 복병 요인들이 모여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
상반기와는 완전 다른 흐름이 펼쳐지자 주주들은 패닉 상태다. 이들은 각사 종목토론방을 통해 '이제 욕할 힘도 없다. 엔터주 다신 안 산다', '불황엔 엔터주라며', '회사들 3분기 실적 좋다는데 주가는 왜 빠지기만 하나', '더 물 탈 돈 없으니까 제발 그만 떨어지길', '아미(BTS 팬덤명)님들, 우리 주주들을 살려달라' 등 의견을 보였다. '블핑 재계약 불투명' YG엔터부터 'BTS 공백' 하이브까지…악재 무성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대기 중인 대형 변수들이 많은 게 문제다. 블랙핑크 재계약 여부를 두고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아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베이비몬스터의 데뷔도 늦어지고 있다. 톱 4곳 중 음반 판매가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한 점도 우려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3분기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국내 음반(신보·구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9% 줄어든 214만장으로 집계됐다.
다만 증권가는 블랙핑크 재계약이 불발돼도 여파는 시장 우려만큼 크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콘서트 매출액은 연간으로 줄겠지만 트레저와 다음 달 데뷔가 유력한 베이비몬스터의 앨범 성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에스엠의 경우에도 지난 3월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가 16만1200원 대비 30%가량 빠진 상태다. NH투자증권의 MTS인 나무증권에 따르면 카카오 투자자(총 3330명)의 약 46%가 평균 매입단가 대비 손실을 보는 중이다. 최근엔 최대주주인 카카오 경영진이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단 혐의를 받으면서, 주주들은 에스엠에도 그 여파가 미칠지 긴장 모드다.
하지만 숫자는 긍정적이다. 회사는 음반·음원 부문이 매출을 이끌며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스엠은 타사 대비 음반과 음원의 성과가 공연 등 다른 부문 성과보다 이익 기여도가 높은 게 특징인데, 이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3분기 에스엠의 국내 음반 판매량은 전년보다 무려 81.7% 늘어난 896만장이다. NCT드림 정규 3집과 엑소 정규 7집의 성과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하이브는 간판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군입대에 따른 완전체 활동 공백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올해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이어진 만큼 내년은 솔로 휴지기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2025년 완전체 컴백을 위해서다. 다만 기존 그룹들의 세계 무대 활약이 예정된 만큼 성장여력은 여전히 큰 상태라는 게 증권가 의견이다. 앨범 판매량이 절정 수준인 세븐틴이 일부 멤버들의 군 입대 전까지 실적에 기여할 예정이고 투바투(TXT)와 르세라핌 등도 아시아와 북미에서 강한 성장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일본과 중국, 미국 등 현지 아티스트들을 적극 들여 현지화 전략에 가장 강한 회사로 불린다. 내년을 기점으로는 5년차 이하 아이돌 7팀을 보유할 전망이다. 보이그룹 3팀(니쥬 보이·라우드·프로젝트C)과 걸그룹 4팀(있지·엔믹스·니쥬·VCNA)이다. 또 기존 그룹인 스트레이 키즈가 일본에서 발매한 첫 EP 앨범 '소셜 패스'는 지난달 말 기준 음반 출하량이 100만장을 넘어섰다. 내년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 활동이 예상된다고 업계는 짚었다.연말 컴백 풍년, 3·4분기 호실적 기대…"바겐세일 구간"전문가들은 3·4분기 호실적이 예정된 만큼 저점 매수 차원에서 조금씩 모아갈 것을 권했다. 증시 불황에 더해 개별 악재가 업종을 어수선하게 하고 있지만 이런 요인들을 걷어내면 반등 기회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들이 연말까지 대거 컴백하고 대규모 공연들도 계획돼 있어 업황 자체만 보면 시선이 밝다"면서도 "하이브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업들의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단기적으로 동반 약세는 불가피하다. 다만 투자기간을 중장기로 잡는다면 슬슬 매수하길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워낙 장이 불안해서 호실적에도 엔터주들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증시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분위기가 반전되면 주가들도 반등할 것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아무리 팬덤 기반이라지만 시가총액이 조단위가 되는 순간 팬심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장기적 관점으로 가져가길 권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실적보단 '악재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분기가 시장의 우려와 오해를 불식하는 시간이었던 만큼 주가 반등시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이를 제대로 극복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과 이익 등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갖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이게 '성장주 멀티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3분기 엔터주가 부진했다"면서 "당장의 실적보다는 우려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해 나가는지, 즉 도움닫기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