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내부 결속 저해 행위'라는 처벌 근거 규정을 신설하면서 이를 '을질'로 표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부하 직원의 하극상 등에 대해서는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이미 있는데도 굳이 해당 규정을 신설한 것은 하위직 직원들의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소방청은 '소방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징계 기준이 되는 '별표'를 수정해 이 전에는 없었던 징계 기준을 신설한 것이다.
개정 시행령은 비위 유형인 '성실의무 위반' 안에 여러 징계 유형 중 '내부 결속 저해 행위'를 새로 추가했다. 내부 결속 저해 행위의 유형으로 '하극상, 모략행위', '위계, 내부 질서 문란'을 명기했다.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엔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전공노 소방본부는 "하위직 소방관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당국을 성토하고 나섰다. 해당 규정이 사실상 하급자들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하극상 등 하급자들의 부적절한 행위는 기존 규칙의 '복종의 의무 위반'이라는 규정에 따라 충분히 징계할 수 있는데 굳이 추가 규정을 신설한 것 자체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소방청이 주요 개정 훈령 사항을 내부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공문에서 내부 결속 저해 행위를 '을질'로 표현하면서 이런 의혹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대규모 재난 업무를 수행할 때 지휘체계 확립이 필요한 만큼, 내부 결속 저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징계 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방청은 최근 인사와 국립소방병원 입찰 등에서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14명이나 검찰에 기소되고 전직 소방청장이 구속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내부 비판을 통제하려 한다고 의심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노동 분야 전문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징계 조항 신설만으로 파면이나 해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세부 징계 사유를 신설한 것은 징계 절차를 조금 용이하게 해줄 수 있고 특히 직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