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저는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예요. 서울 은평구에서 빨간 벽돌로 지은 작고 오래된 다가구 주택에서 살고 있죠. 외벌이로 지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월세를 받으면 가계에 보탬이 될까 싶어 20년 전에 이 집을 샀죠. 아이들을 돌보느라 직장을 다니는 것은 생각도 못 했던 때에 우연히 에어비앤비를 알게 되었고 나는 방을 외국인 여행객에게 빌려주기로 결심했어요. '홍대, 강남도 아닌데 먼 곳까지 올까' 걱정했어요. 처음에는 관광지와 멀다고 예약이 안 들어왔어요. 그러다 점점 한 달 살기 등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 트렌드로 바뀌었죠. 그렇게 10년을 운영했습니다. 낡은 집이 저에게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즐거운 직장이 됐죠. (웃음)
한국에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의 필수 앱은 에어비앤비다. 홍대와 강남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베이스캠프가 된 지 오래다. 관광지와도 가깝고 2호선과 공항철도를 통해 인천공항까지 이동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인기 지역인만큼 경쟁이 심하다. 홍대나 강남에 가격이 저렴한 호텔들도 들어서면서 포화상태가 됐다. 홍대에는 관련 매물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한다. 관광지와 동떨어진 은평구에서 10년째 호스트로 활동 중인 40대 주부가 있다. 세탁부터 청소까지 직접 하느라 쉬는 날 없이 일하면서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10년 차 에어비앤비 호스트 엠마(닉네임·48)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10년 차 엠마(48)입니다. 저는 아이들 4명을 키우던 전업주부였어요. 서울 은평구에서 작고 오래된 다가구 주택에서 살고 있었죠. 1~2층에는 세를 주고 3층은 주인집이 사는 평범한 빨간 벽돌집이죠. 2013년에 우연히 설명회 초대를 받았습니다.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에게 남는 방을 숙소로 제공하게 해준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때 처음 에어비앤비라는 말을 처음 들었죠. 당시 직원분이 말레이시아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와 설명회를 열었는데, 설명을 들으러 온 사람이 저 포함해서 3명뿐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직 한국에는 낯설었던 시기였어요."
Q. 어떻게 호스트에 도전하셨나요.
"은평구는 관광지와 거리가 먼 지역이에요. 당시에 인기 지역은 아무래도 홍대와 강남처럼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죠. 우리 집에 과연 외국인이 머물러 찾아올까 고민했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게스트가 많지 않았어요. 다들 시내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더니 예약을 안 하더군요. 10년 동안 후기가 쌓이면서 지금은 내년까지 예약이 거의 찬 방도 있어요. (웃음)"
Q. 어떤 규모로 숙소를 운영하시나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허가받으려면 건물 면적이 230m² 이하(약 69평)이면서 주인이 같이 살아야 해요. 처음 이 집을 살 당시에는 너무 작아 고민이었지만, 조금만 규모가 컸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거예요. 공간은 총 5개지만, 지금은 1곳은 세탁과 창고용으로 쓰고 있어요. 방은 총 4개로 2 배드룸입니다. 혼자서 방 4개를 관리해야 해서 되도록 1~2박 고객은 받지 않아요. 최소 4박 이상만 받고 있죠. 한 달 살기 게스트가 들어오면 한 달이 편하거든요. 할인을 많이 해서 장기 손님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죠. 보통 2주 이상 묵으면 10%, 3주는 20%, 한 달은 30%씩 할인을 해주고 있죠."
Q. 수요가 많이 있나요.
"최근 여행 트렌드가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인 분들이 방학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거나,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순수하게 한국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었어요. 한 달씩 베이스캠프처럼 숙소를 잡고 부산이나 제주로 여행을 가기도 하죠. 노트북을 들고 일하면서 관광을 즐기는 수요도 생기고 있죠."
Q. 초기에 애로사항이 있었나요.
"세탁물이 정말 감당이 안 됐습니다. 처음에는 욕심을 내서 방 5개를 운영했어요. 세탁물 관리를 거주 공간에서 하다 보니 점점 생활하는 거실이 사라지더군요. 지금은 방 하나를 포기하고 창고처럼 쓰고 있어요. 비축해야 할 물품들이 꽤 많거든요. 샴푸부터 린스 바디워시 세재 화장지 등. 게스트들이 묵는 방에도 원룸처럼 안에 부엌이 있어요. 간단한 조리도구랑 조미료는 다 되어 있죠. 물론 자기 집보다는 불편하겠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예전에는 정말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잤어요.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과 시차가 많이 나서 보통 밤에 문의가 많거든요. 예약 문의 알람을 확인하느라 잠을 설쳤죠.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답변을 드리고 있어요. 보통 11시에 체크아웃하는데 오전 시간에는 청소하죠. 체크아웃 시간은 융통성 있게 하고 있어요. 당일 체크인 게스트가 없으면 조금 늦추는 것도 가능하죠. 짐을 맡겨 놓고 저녁에 찾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진상 게스트는 없으셨나요.
"10년 동안 정말 전 세계에서 다양한 게스트들이 찾아왔어요. 10명에 9명은 정리도 깔끔하게 잘하고 가세요. 저는 실제로 함께 살잖아요. 코로나에도 대면으로 만나서 응대했어요. 파손 물품이 생긴 경우도 있었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는 웬만하면 다투지 않으려고 하죠. 제가 10년간 꾸준히 하는 것이 있어요. 게스트가 몇시쯤 어디로 오는지 물어보고 마중을 가요. 함께 걸어오면서 동네 지리를 설명하죠. 주위에 갈만한 시장과 슈퍼마켓, 약국이나 맛집 같은 명소가 연신내에 많거든요. 직선으로 걸어오면 5분 거리지만, 설명해서 오면 15분이 걸리죠. 그랬던 경험들이 반응이 좋았어요."
Q. 부동산 구매 결정은 처음에 어떻게 하셨나요.
"이 집을 구매한 것은 20년 전이에요. 당시에는 월세가 조금 나와서 생활비에 보탬이 될까 싶어 결정했죠. 당시 형편에 맞게 샀어요. 10년 동안 세를 주다가 방을 하나씩 하나씩 게스트룸으로 바꿔나갔죠. 보증금을 빼주는 것에 대해 부담이 컸습니다. 리모델링도 최대한 아끼느라 절반은 셀프로 했죠.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려면 재투자를 해야 해요. 그러한 부분을 모두 생각하면서 운영해야 합니다."
Q. 아이들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줬다고요.
"해외에는 홈스테이가 많아요. 현지인들과 머물면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죠. 저도 아이들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경험을 하기를 바랐어요. 아이와 같은 또래의 게스트 부모가 오면 함께 북한산도 가고 파티도 열죠. 교육적 관점에서 저에게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Q. 게스트룸을 더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욕심 같아서는 숙소를 더욱 늘리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힘이 들어요. 큰애가 군대에 갔는데, 어려서부터 게스트하우스를 봐서 그런지 저처럼 살고 싶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대학가에 집을 얻게 된다면 작은 원룸보다는 방 3개짜리 집을 얻어주고 싶어요. 룸셰어하면서 본인이 직접 운영해 경험을 쌓게 하고 싶어요. 경제적 자립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지금 다시 호스트를 한다면, 어느 지역을 선택하실 건가요.
"대부분 인기가 많은 홍대나 강남을 선택하겠지만, 최근에는 로컬에서 지내고 싶은 관광객들이 늘고 있어요. 트렌드가 바뀐 것 같아요. 저라면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인 공간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작게 시작할 것 같아요. 외국인들은 밥을 해 먹자는 않지만, 욕실은 중요하거든요.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1, 2층 공간이 좋겠죠. 지자체마다 법적 허가 요건이 달라서 계약 전에 해당 지자체에 먼저 문의해 보고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방의 종류와 개수, 예약률에 따라 수익의 편차가 있어요. 보통 월세를 받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월세를 받으면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으니 몸은 편하겠죠. 저는 저의 인건비와 투자를 통해 조금 더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보통 오래된 집은 수리 문제가 있어요. 돈이 들더라도 처음에 제대로 수리를 해야 새는 돈이 없어요. 냉난방비의 경우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와요. 방이 12~13평 정도 작은 편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은 에어컨과 보일러를 24시간 틀죠. 한여름에 전기세가 15~20만원 정도 나옵니다. 한겨울 보일러 비용도 그 정도 나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큰 짐은 이불입니다. 보통 간절기와 겨울용 2가지를 구비해요.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어서 너무 얇은 이불은 필요가 없어요. 저는 이불부터 수건을 모두 흰색으로 써요. 간혹 때가 덜 타는 회색 계열로 쓰는 분들이 많지만, 오히려 눈에 얼룩이 보여야 관리가 편하거든요."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7살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온 엄마가 있었어요. 꿈이 세계 여행이었는데 첫 번째 국가로 한국을 선택했다고 했어요. 그 많은 숙소에서 우리 집에 오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마웠죠. 막내딸과 나이도 비슷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핼러윈 옷을 입고 작은 파티도 하고 한국식 바비큐도 먹었죠.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웃음)"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전혀 모르던 주부에서 지금은 저의 직업이 됐어요.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남편의 월급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독립을 할 수 있었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즐거운 직장을 얻었습니다. 전 세계의 게스트들을 보면서 세상에 보는 시각도 넓어졌죠. 나의 마음 먹기에 따라서 인생의 관점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