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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화폐 페소화는 쓰레기다. 달러화로 대체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유력 차기 대통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52세·사진)는 최근 선거 유세장에서 “중앙은행은 지구상 존재하는 최악의 쓰레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지난 8월 대통령 예비선거 1위에 오른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축복받은 국가임에도 수십 년간 잘못된 경제 정책들로 인해 저주받은 아르헨티나에서 ‘자유주의자’ 밀레이가 던지는 메시지는 호소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유세장에 참석한 카트리나 트론카는 “지난 10년 동안 투표한 적이 없다”며 “처음으로 멍청이가 아닌 후보가 나왔다”고 말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6위에 오를 만큼 경제 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페론주의 유산에 갇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페소화를 과도하게 발행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수십년 동안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8.3%를 찍었다. 외환보유액은 80억달러 이상 적자 상태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15%포인트 인상해 연 133%까지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퍼주기 정책을 근절해 국가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밀레이의 등장에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기성 정치권을 “도둑”이라고 비난하며 “전부 갈아엎겠다”는 그의 외침에 유권자들은 열렬한 지지로 화답하고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