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동 지역 전쟁 확산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다시 휘청거렸다. 코스닥지수는 8개월 만에 790선이 무너졌고, 코스피지수는 2400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산업별로는 미국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3분기 ‘어닝 쇼크’로 2차전지 종목이 충격을 받았다.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도
19일 코스피지수는 1.90% 내린 2415.80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388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을 방어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를 당해내지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1554억원, 2479억원어치 팔았다.
코스닥지수도 3.07% 떨어진 784.04로 마감했다. 이달 10일 795를 찍은 후 7거래일 만에 다시 800선을 내줬다. 코스닥지수가 780선을 찍은 건 지난 2월 말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중동 지역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국채 수급 불안 등으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 가까이 급등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후 간담회에서 “국가 경제 전체를 위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매파적 발언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불안에 더해 외국인이 대형주 중심으로 순매도하며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은 총재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내일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 하루 만에 다시 ‘6만 전자’외국계 증권사에선 국내 증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가 잇따랐다. 모건스탠리는 “실질금리 상승,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아시아 및 신흥국 주식에 대한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증시 투자 의견을 ‘홀딩(보유)’으로 한 단계 낮추고, 싱가포르와 폴란드를 ‘비중 확대’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씨티증권은 “코스피200지수는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200일 평균 밑에서 내려왔다”며 “한국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반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 종가는 2236.40으로 이날 대비 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섹터별로는 2차전지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테슬라가 18일(현지시간) 3분기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게 발목을 잡았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각각 4.60%, 4.79% 하락했다. 에코프로(-2.92%), 엘앤에프(-3.51%) 등도 하락폭이 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0.99%)와 기아(0.24%)를 제외하고 모두 약세였다. 삼성전자는 1.42% 하락하면서 하루 만에 6만 전자로 내려앉았다. 제주은행(30%), 푸른저축은행(25.38%) 등 일부 은행주는 이자마진 개선 기대 등으로 강세를 보였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