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세계화 걸음마 단계…철저한 현지화 절실"

입력 2023-10-19 17:42
수정 2023-10-20 09:41

코로나19 사태 후 아직도 이어지는 공급망 불안, 글로벌 소비 둔화 등 불확실한 환경이 글로벌 패션시장을 둘러싸고 있다. 고객 취향이 극도로 다변화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고 전통적 유통 구조에 균열이 생기는 등 급격한 변화에 대한 경영자들의 발 빠른 대처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K컬처의 부상으로 해외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패션업계는 ‘K패션의 세계화’라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한국패션산업협회와 글로벌 컨설팅펌 맥킨지앤컴퍼니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19일 연 ‘2023 글로벌 패션포럼’에서 주요 패션기업 관계자들은 글로벌화에 관한 고민과 과제에 관해 토론했다. 강영훈 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는 “서구권에서 K컬처가 유행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60% 이상이 한국 패션 브랜드를 들어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구매까지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진출 지역에 맞춰 제품 디자인, 사이즈 등을 완전히 달리하는 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패션기업 종사자들도 K패션의 세계화가 ‘걸음마 단계’라는 데 동의했다. 해외 소비시장이 한국 문화 전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해외에서 성공한 아시아 브랜드의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충분한 사전 학습 후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허철 무신사 글로벌본부장은 “해외 진출을 고민할 때 진출 시기와 지역보다 진출 방법에 대한 답을 내는 게 더 어려웠다”며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현지 시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컨템포러리 브랜드 앤더슨벨의 최정희 대표는 “올해 밀라노 패션위크에 데뷔한 직후 글로벌 브랜드 서너 곳이 동시에 협업 제안을 할 정도로 서구권에서 한국 패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해외 인재를 영입해 해외 브랜드와 손잡고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지속 가능성이 주요 소비 키워드로 떠오른 건 국내 패션기업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2017년부터 자체 3차원 디자인 기술로 가상 샘플을 제작해 원단 폐기물을 줄이고 있다”며 “타깃, 갭 등 주요 고객사는 실물 샘플을 7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투자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