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삼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글을 보유한 알파벳을 사례로 꼽았다. 알파벳 투자의 대부분은 본업과 무관하다. 마틴 명예교수는 알파벳이 검색엔진으로 90%에 달하는 이익을 남기면서 손실을 무릅쓰고 어떤 사업이든 투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은 해야 하는 사업을 잘 구분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삼성에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신세대에 호소할 수 있도록 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부터 삼성을 언급한 트윗 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2012년 이후 삼성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만의 혁신적 이미지는 사라졌으며, 수직적 조직문화가 창의성을 방해하는 게 원인”이라며 “디지털, 개성, 인권 등에 집중해 제2의 신경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라이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교수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삼성도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단순한 연봉 인상만으로는 인재 영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적 욕구 외에도 일터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은 사회적 욕구, 일에서 목적과 보람을 느끼고 싶은 정신적 욕구를 동시에 채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영 이후 30년간 바뀐 삼성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는 “과거 삼성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지금은 ‘퍼스트 무버’”라며 “삼성이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규칙에 따라 잘 움직이는 일사불란한 조직을 정립했다면, 이젠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처럼 창조적 활동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삼성의 새로운 과제로 신흥국 시장 공략을 꼽기도 했다. 부안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삼성의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 시장이 축소되는 와중에 중국에선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고, 인도에선 다른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