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한 ‘더(The) 경기패스’를 도입하겠습니다.”
지난 17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기지사는 서울시의 정기권형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에 도가 참여할지 여부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은 ‘깜짝 발표’를 했다. 정부 주도 환급형 교통카드인 K패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기권형 기후동행카드에 이어 ‘김동연식 경기패스’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지사는 국감 현장에서 이례적으로 정책을 설명할 시간을 요청하면서 “내년 7월 1일 도입하겠다”는 구체적 일정도 공개했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패스’는 오 시장이 지난달 ‘월 6만5000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 계획을 공개한 이후 본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는 “수도권 교통망을 공유하는 서울시가 사전 협의 없이 정책을 일방 발표한 건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도내에선 김 지사가 ‘기후도지사’를 자처하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명칭(기후동행카드)을 선점한 것에 당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는 국토교통부가 내년 7월 도입 예정인 교통카드 K패스에 도민을 대상으로 혜택을 좀 더 늘린 형태로 경기패스를 준비하고 있다.
K패스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월 21~60회 이하 이용자에게 회당 교통 요금을 일반인은 20%, 청년은 30%, 저소득층은 53%를 환급해주는데, 경기패스는 ‘60회 이하’라는 환급 상한을 없앤 형태다. 요금의 30%를 돌려주는 청년 연령도 K패스의 ‘19세 이상 34세 이하’에서 ‘39세 이하’로 늘렸고, 6~18세 사이의 어린이·청소년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게 경기도의 계획이다. 도는 경기패스를 이용하면 민자 노선인 신분당선 전철과 서울~경기 간 광역버스를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번 경기패스 발표를 두고 오 시장이 내놓은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국토부(K패스)와 서울시(기후동행카드), 경기패스 등 지방자치단체 간 주도권 다툼이 오히려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출퇴근자가 많은 경기도민에게는 교통 연계성이 중요한데 출시도 되기 전부터 기싸움만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용인에서 성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정훈 씨(35)는 “어떤 카드가 실제로 출시될지 의문”이라며 “요금이 비싼 신분당선 할인율이 높은 카드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