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개(연면적 9만6000㎡), 3층 규모로 지어질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건설 현장은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철근이나 거푸집은 보이지 않았다. 초고층 빌딩 높이(109m)의 크롤러 크레인이 회색 기둥과 벽체를 날라 레고처럼 조립하고 있었다. 일부 대형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도 이미 설치됐다. 착공 6개월 만에 공정률을 32%까지 끌어올린 이 현장엔 삼성의 세계 최고 반도체 공장 건설 노하우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공장 표준화에 로봇 도입 ‘혁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7일 ‘제2바이오캠퍼스 및 5공장 프로젝트 설명회’를 열고 공사 현장을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 4월 착공된 5공장은 당초 2025년 9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이를 5개월 앞당겼다. 동일 규모의 3공장 건설 공기(36개월)보다 1년 가까이 단축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엔지니어링·조달·건설·검증을 총괄하는 노균 부사장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 급증에 따른 선제 조치”라고 말했다.
스피드와 품질이 생명인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에서 경쟁자를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인 셈이다. 공기 단축 비결은 공장을 조립해 완공하는 ‘모듈식 건축기법’과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쿠키컷 공법’에 있었다. 쿠키컷이란 같은 모양의 쿠키를 찍어내듯 특정 디자인을 반복 사용해 건설하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은 조금씩 다르게 지었지만 5~8공장은 표준화할 계획이다. 노 부사장은 “공장 설비의 구조와 형태가 표준화하면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며 “의약품 제조의 까다로운 검증 절차 부담도 공장시설 표준화로 덜 수 있다”고 말했다.
5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무인 자동화다. 우선 공장 내부에 로봇이 다니는 길과 사람이 다닐 길을 분리하고 30여 대 물류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다. 바이오의약품 클린룸에 이런 시스템 도입은 전례 없는 일이다. 화학물질 노출 위험이 있는 작업을 로봇에 맡기고, 수작업에 의존하던 화학물질 주입도 무인충전시스템으로 전환해 업무 효율을 50% 높일 계획이다.○“7.5조 투입…세계 시장 30% 잡겠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3조원으로 스위스 론자와 미국 카탈란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에 이어 4위였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키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을 시작으로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자해 8공장까지 4개 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현재 60만4000L(제1캠퍼스)에 72만L(제2캠퍼스)가 더해져 총 132만4000L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수요(201만L)의 65%에 달하는 수준이다. 노 부사장은 “항체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여 공급과잉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2032년 시장점유율 30% 유지가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업계 자금 경색에도 선방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제약사 매출(항체의약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역대 최대 수주를 기록하면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전년(3조13억원)보다 20% 증가한 3조6016억원으로 높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