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통합 반대"

입력 2023-10-18 18:02
수정 2023-10-19 01:45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오시아 지분 약 34%를 간접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경영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오시아에 대한 WD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SK하이닉스의 발언권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가 중장기 차원에서 키오시아와의 협력 확대, 더 나아가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경영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닛케이는 18일 ‘키오시아와 WD의 경영 통합 교섭에 대해 키오시아에 간접 출자한 한국의 SK하이닉스가 난색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키오시아와 WD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분리한 뒤 키오시아홀딩스를 설립해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홀딩스 지분은 키오시아가 49.5%, WD가 50.5%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키오시아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9.6%로 세계 2위다. WD는 세계 4위(14.7%)다.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34.3%로 SK하이닉스(17.8%)는 물론 세계 1위 삼성전자(31.1%)를 앞선다.

두 회사의 경영 통합엔 키오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 동의가 필요하다. 키오시아 지분 구조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56.2%, 도시바가 40.6%, 일본 기업 호야가 3.2%를 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5월 3조9159억원을 들여 키오시아 지분 25.9%를 보유한 베인캐피털 펀드 ‘BCPE LP’의 지분 73.5%를 확보했다. 단순 환산하면 키오시아 지분 19.0%를 보유한 셈이다. 여기에 키오시아 지분을 최대 15%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를 쥐고 있다. 합치면 단순 지분율이 34%에 달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가진 키오시아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약 40%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키오시아와 WD는 통합 법인 설립 후 상장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키오시아 지분가치는 5조309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가 경영 통합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키오시아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선 키오시아와의 긴밀한 사업 협력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론 M&A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WD와의 경영 통합이 이뤄지면 SK하이닉스의 전략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동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