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서 혼자 대통령 행사 참석한 오영환 "경찰 자긍심 높여달라"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3-10-18 17:17
수정 2023-10-18 18:21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 박성민·서범수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한 야당 의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35·경기 의정부갑)이었다. 오 의원은 이날 민주당에서는 유일하게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최근 열린 대통령 참석 행사에 야당 의원이 모습을 드러낸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경찰청은 국회 행안위 소속 의원 22명 전원에 초청장을 전달했다. 초청에 응한 의원은 이만희·박성민 의원과 오 의원 등 셋 뿐이었다.

오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경찰청이나 대통령실에서 따로 참석을 부탁해온 것은 없었다”며 “오늘은 행안위에서 국정감사도 예정돼 있지 않은데 다른 의원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은 점은 좀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 소방을 관할하는 행안위에 있는데 정말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당연히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분들을 정말로 축하하고 격려하고, 또 가슴 아픈 순직은 위로하는 그런 상징성이 있는 행사”라고 덧붙였다.

행사에서 오 의원은 윤 대통령을 만나 “오는 11월 9일 소방의 날 행사에 꼭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의원은 “지난해 60주년 소방의 날 행사는 이태원 참사 추모 기간과 겹쳐 열리지 않았다”며 “올해 열리는 행사에는 대통령께서 꼭 참석하셨으면 한다고 간곡히 부탁드렸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 의원의 참석에 대해 “본인이 소방관 출신으로 평소 소방과 경찰 등 제복 입은 공무원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 의원은 지난 16일에는 동아일보에 ‘젊은 경찰관의 죽음’이라는 글을 기고해 화제가 됐다. 추석 연휴 기간에 화재 현장을 조사하다 추락해 순직한 고(故) 박찬준 경위(35)의 영결식에 참석한 뒤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놓은 글이었다.

기고문에서 오 의원은 “6일 국회 본회의 중 박 경위의 부고를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접했다”며 “당시 여당 의원들은 부적격 사유가 가득한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서 부결에 소리 지르며 민생 입법 처리를 등지고 집단 퇴장했고, 야당 의원들은 임무 중 순직한 해병대원을 위한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단식 회복 치료 중 출석한 당 대표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제복을 입고 기꺼이 국가의 손이 돼, 국민 안위를 지키는 조직 본연의 사명과 책임을 현장에서 몸을 던져 다하는 이들. 젊은 경찰관의 죽음이 너무도 비통하다”며 “죽지 않았다면, 그들이 평생 지켜내고 구할 수 있는 국민들이 많다는 걸 잘 알기에 그 젊음과 가능성들이 너무도 아까워 나는 이 무참함이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오 의원은 기고를 한 이유에 대해 “제가 그 사고를 접한 뒤 너무 힘들어서 국감에서도 위험 속에 뛰어드는 후배들이 자긍심, 자부심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항상 당부드리고 있다”며 “경찰이 권력이나 다른 것에 충성하지 않고 국민께 충성해야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들이 자부심을 갖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선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으로 분류된다. 지난 4월엔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지난 6일 국회경비대에 햄버거 100여개를 사들고 찾아가 이재명 대표 단식 도중 빚어진 야당 지지자의 경찰 폭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국회경비대 소속 한 여경은 이 대표 지지자가 휘두른 쪽가위에 상해를 입었다.

당시 오 의원은 “세 분의 경찰관 분들이 흉기에 부상을 입은 사건은, 국회의장께서 말씀하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폭력 범죄”라며 “가해자가 지지한다고 알려진 정당의 책임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깊이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