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찍힌 '3원' 충격"…3년 만에 수천배 늘린 30대 주부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3-10-29 07:00
수정 2023-11-23 20:46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저는 월급 150만원을 받던 계약직 직원이었어요. 집은 월세를 전전했죠. 저희 부부는 가진 돈이 너무 없어서 아이를 갖는 것도 미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재테크 카페에서 블로그로 돈을 버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게 됐어요. 저도 무작정 글을 써봤죠.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으니까요. 재테크에 관한 공부와 저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적었어요. 첫 달 정산으로 통장에 '3원'이 찍히더군요. 너무 기뻤어요. '이게 되는구나,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렇게 3원이 6개월 만에 월 60만원이 됐고, 3년이 지나니 월 800만원이 됐습니다. 작은 물꼬가 트여 평범한 주부에서 작가이자 강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죠. (웃음)


글을 써서 돈을 번다고 하면 대부분 놀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방학 때 일기장을 몰아서 쓴 경험이 아마 대부분 처음으로 글을 썼던 기억일 것이다. 자기 생각 그날의 일상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한 30대는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재테크에 관해 공부한 기록과 자신의 이야기들을 매일매일 올렸다. 지자체에서 들어온 일감은 가리지 않고 전국을 다녔다. 3년 만에 3900만명이 방문한 재테크 전문 블로거 김민지(38)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블로그 '재테크하는 제인'을 운영하는 김민지(38) 입니다. 저는 원래 사회복지사로 15년 넘게 근무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결혼하면서 안정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계약직으로 재취업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월급이 너무 적었죠. 지금보다 좀 더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재테크 카페에서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저도 소소하게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죠. 현재는 N잡러 5년 차고 블로거, 작가, SNS 마케팅 강사, 퍼스널 브랜딩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웃음)"

Q. 어떻게 처음 시작하셨나요.
"처음에는 그저 개인적인 공간이었어요. 결혼하기 전부터 연극, 뮤지컬을 좋아해서 그 후기를 적었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협찬받거나 부업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죠.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블로그 컨셉을 전부 바꿨어요. 관심 있는 재테크 글들을 꾸준히 연재하다 보니 경제 비즈니스 인플루언서로도 선정됐죠. 지금은 전문적인 경제 정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게 3년간 쌓인 글들과 경험을 담은 책도 냈죠. 현재는 강의와 코칭으로 확장하게 됐습니다."

Q.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저의 직장은 집이에요. 남편과 아이의 아침을 챙기고 등원까지 하고 나면 9시 이후부터가 본격적으로 일하는 시간이죠. 보통 오후 4시까지는 △블로그 글을 쓰거나 △단톡방 △카페 운영 △1대1 코칭 수업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죠. 밤 9시 이후부터는 △그룹 코칭 △온라인 강의 △칼럼을 쓰고 있어요. 주 5일 일하는 것을 지키려고 하죠. 프리랜서들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중요해요. 주로 저의 블로그를 통해 메일로 문의가 오거나, 제가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번 인연은 맺으면 주기적으로 일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노하우입니다."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저도 초짜 시절에는 들어오는 제안은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다 했었어요. 집에서 3시간 걸리는 지자체에서 관광지를 소개해 달라고 하는 제안도 받았죠. 가서 맛집 투어도 하고 여행지를 모두 둘러보고 왔더니 나중에 보니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았어요. 그때부터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죠. 내 일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잡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관건은 한번 취재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축제 소개를 의뢰받는다면 △축제에 대한 단순 소개는 1회를 기본으로 쓰고 △그 후에 1박 2일 여행코스 △가볼 만한 곳 소개 △맛집이나 관광지 개별 소개 등 포스팅 구성에 변화를 주어서 한번 취재로 4~5개의 포스팅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월 800~10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매달 유동적이긴 하지만 월 800만원 이상은 고정적으로 수입을 벌고 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거의 없었어요. 따로 강의를 듣거나 책을 사지도 않았죠. 그냥 계속 글을 쓰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익혔고 곧바로 일에 활용했죠. 참, 블로그 스킨 디자인을 위해 약 15만원 정도 지출했었네요. (웃음) 카메라도 별도로 사기는 했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블로그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투자는 하지 마세요."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블로그 시작한 다음 달부터 수익이 났어요. 저의 첫 수입으로 통장에 '네이버 광고 3원'이 들어왔었죠. (웃음) 적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죠. 그 3원이 30만원이 되고 300만원이 되고 1000만원이 됐어요. 블로그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부터 순수익은 50만원이 됐어요.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중요한 것은 블로그를 통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를 꾸준히 쓸 수 있는지가 핵심이죠."

Q. 광고는 언제부터 들어왔나요.
"활동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1일 방문자 수나 이웃이 몇 명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어요. 초기에 방문자 수가 적었을 때도 지역의 맛집 체험단 같은 소소한 협업이 들어왔습니다. 다만 블로그로 꾸준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광고주가 광고하고 싶게끔 기반을 닦는 작업이 필요하죠. 브랜딩은 물론이고 하루 방문자 수와 이웃 수가 많고 상위노출이 잘 될수록 내가 광고를 받을 가능성과 금액이 커집니다."

Q. 블로그를 팔라고 하는 연락도 받으신 적 있나요.
"정말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초반에는 몇백만원부터 이달의 블로그에 선정되고 유명해지면서 3000만원까지도 제안하더군요. 그렇지만 팔 생각이 없었어요.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을 하더라도 블로그는 제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책을 출간 후 전국으로 강연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한 분이 저의 오랜 팬이라고 하면서 사인을 요청했죠. 사진도 함께 찍고 저에게 살짝 말씀하시더라고요. 저의 책을 보면서 다시 살아갈 희망을 찾은 것 같았다고요. 당장 많은 것이 바뀌진 않겠지만 지금 이 책을 읽고 블로그에 한 글자라도 쓰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저에게 울림이 컸죠. 제가 가고 있는 길에 확신을 줬던 기억입니다."

Q.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저의 블로그 구독자층은 50대 이상인 분들이 많아요. 투자나 재테크 이야기도 궁금하시겠지만, 초보자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글을 봐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갑이 넘은 저희 어머니도 저를 통해 주식투자를 배워 매일 용돈벌이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꼭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아도 내가 살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도전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강의에 참석하셨던 분 중에서 남편이 등산이 취미인데, 그때 찍은 사진들을 혼자서만 보는 게 아깝다고 하더군요. 저는 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당장 블로그로 남기라고 말했죠. △어떤 코스로 갔는지 △몇시간이 걸렸는지 △준비물은 뭘 챙겼는지 쭉 적으라고요. 그 기록이 시작입니다. 어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하는 일은 사실 친한 지인과 가족들만 알아요. 블로그로 직장인의 월급보다도 더 많이 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합니다.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열심히 진심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은 알고 있거든요. 제가 하는 일을 묵묵히 봐주고, 좌절하는 시기에는 칭찬해주면서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일하는 것 같아요."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블로그를 하기 전에 제 월급이 150만원이었어요. 집은 월세로 살고 있었죠. 저희 부부는 가진 돈이 너무 없어서 아이를 갖는 것도 미루고 있었죠. 블로그를 하면서 180도 바뀌었습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월세를 탈출했던 때가 기억이 나요. 그 이후 3년 만에 첫 집을 샀고, 결혼 7년 만에 첫 아이도 낳았죠. 생활에 안정이 찾아왔어요. 넉넉지 못한 살림에 부업으로 시작했던 블로그가 이렇게 저에게 상상도 못 할 안락한 삶을 가져다주었고 엄마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습니다. (웃음)"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운이 좋았다고들 하잖아요. 그러한 행운이 있더라도 그 뒤에는 어마어마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운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밤낮없이 글을 쓰고 제 글을 읽는 구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좋은 글을 쓰겠다는 신념을 지킨 것이 성공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어요. 작은 계기가 물꼬를 트면서 평범했던 주부가 △작가 △강사 △컨설턴트가 될 수 있었죠. 다른 사람이 블로그로 돈을 벌었다는 글을 보고 그냥 지나친 것이 아니라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마음먹고 실행했던 것이 인생의 원동력이 됐어요. 숨만 쉬어도 돈이 술술 나가는 월급에만 의지하지 않았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제 경험이 작은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