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시대에는 단 한 건의 의미 있는 구조개혁도 이뤄지지 않았다.”
BMW, 포드, 린데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독일의 전설적인 경영인 볼프강 라이츨레는 지난 9월 일간 디벨트에 ‘노력 없이 번영할 수 있다는 환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20개국 중 하나로 볼 수 없으며,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전쟁이 있기 훨씬 전부터 쇠퇴해 왔다”고 했다.
메르켈은 퇴임 직전 지지율이 75%에 달했다. 그가 재임한 16년 동안 독일 경제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벗어 던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말까지 독일 경제는 24% 성장하며 영국(22%) 프랑스(18%) 등 주변국을 따돌렸다.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2028년 10년간 독일의 경제 성장률이 8%에 그칠 것으로 봤다. 미국(17%) 네덜란드(15%) 프랑스(10%)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미하엘 휘터 독일 쾰른경제연구소 소장은 “메르켈 정부는 에너지 부문에서 러시아, 핵심 원자재 부문에서 중국과 같은 전략적 위험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IFO경제연구소 회장은 “메르켈은 집권 후반기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보다 재분배 정책에만 집중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라인트 그로프 할레경제연구소 소장은 “경제개혁 측면에서 메르켈 시대는 낭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베를린·라히프치히=장서우/허세민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