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국민 가운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비율이 10% 넘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최근 몇 년 동안 게임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유일한 예외는 마니아층이 즐기는 콘솔 게임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급감하는 모바일 게임 수요를 메우기 위해 콘솔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프라인 세상으로 떠난 게이머들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만 명을 대상으로 작년 6월 이후 1년 동안 게임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62.9%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조사 때보다 이용률이 11.5%포인트 내려갔다.
게임 이용률은 2019년 65.7%에서 2020년 70.5%, 2021년 71.3%, 2022년 74.4%로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플랫폼별로 양상이 제각각이란 점이 눈에 띈다. 가장 이용자가 많은 모바일 게임의 이용률은 53.2%로 전년 대비 9.4%포인트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PC 게임 이용률도 40.3%에서 38.4%로 소폭 줄어든 모습이었다. 반면 콘솔 게임의 이용률은 지난해 13.3%에서 올해 15.1%로 1.8%포인트 늘었다.
가장 접근이 쉬운 모바일 게임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이용자가 빠져나갔지만 ‘게임 마니아’ 위주인 PC와 콘솔은 감소 폭이 작거나 되레 이용자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게임 이용 시간 통계를 봐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전체 게임 이용자의 게임 이용 시간은 하루 기준 주중은 지난해 132분에서 올해 159분으로 늘었고, 주말도 209분에서 241분으로 증가했다. 게임 이용자가 줄면서 ‘진성 게이머’ 비중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게임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가상현실(VR) 게임의 이용률은 4.7%로 2021년(5.8%) 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콘솔 게임 강화 나선 국내 게임업계최근 국내 게임 기업이 콘솔·PC 게임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용자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게임업계는 PC 위주에서 2010년대 들어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됐다.
특히 2017년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모바일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을 시작으로 모바일 리니지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최근 2~3년 동안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 시장에서 신작 게임 출시가 어려워지면서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시장의 빗장을 걸어 잠근 사이에 중국 게임의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호요버스의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이 한국에서 역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시장의 변화로 게임회사들은 콘솔과 PC 시장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콘솔은 북미와 유럽에서 주류 플랫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콘솔 플랫폼 강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성과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넥슨이 만든 PC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한 가운데 연내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네오위즈가 지난달 정식 출시한 액션 RPG ‘P의 거짓’은 1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다. 북미, 유럽, 일본 등 해외 판매량이 90% 이상이다.
모바일 MMORPG 열풍을 일으킨 엔씨소프트도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를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니케: 승리의 여신’으로 인기를 얻은 시프트업은 국내 업체 최초로 차기작 ‘스텔라 블레이드’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작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