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전날 주식 매도한 메리츠증권…이복현 "조사할 만"

입력 2023-10-17 16:41
수정 2023-10-17 17:07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와 이아아디 등 이화그룹 계열 주식이 매매정지 되기 전 주식을 매도한 일에 대해 "강한 조사의 단서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정황임이 틀임없다"고 했다.

17일 이 금감원장은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메리츠증권이 보유했던 이화전기 주식을 해당 종목 거래정지 전날 매도했고, 이화전기가 리튬광산 사업을 발표하기 전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는데 이를 우연으로 보는가'라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이 원장은 메리츠증권의 거래에 대해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다. 이화전기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자 지난 5월 10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거래 정지 하루 전에 보유 중이던 주식 5838만2142주(지분율 32.22%) 전량을 매도했다. 이를 통해 약 90억원 규모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메리츠증권이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전부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최 부회장은 "메리츠가 이화전기의 거래 정지를 전혀 미리 알지 못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거래 정지되기 3주 전에 이화전기의 BW 전환 신청을 했고, 전환 매매 정지 6일 전 메리츠가 이화전기 관련 유가증권 279억어치를 추가로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전환 신청을 하는 순간 메리츠의 담보권이 상실되기 때문에 거래정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전환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또한 유가증권 추가 인수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거래정지 당일 오전 이화전기는 당사로부터 300억원 규모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갔다"며 "이를 볼 때 높은 확률로 이화전기도 거래정지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메리츠증권 기업금융(IB) 본부 직원들이 직무정보를 활용해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일도 거론됐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현직 증권사 IB본부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내부 투자검토 심의자료 등을 이용해 해당 CB에 본인과 가족, 지인 등 명의로 투자해 수십억 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팀은 전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회사 내 정상적인 직업 윤리나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을 안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IB 본부 내 세 개 팀 중 나머지 두 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이용우 의원의 질의에 이 원장은 "조사가 필요해보인다"고 답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