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강등 우려 속 단기자금시장 의존도 확대

입력 2023-10-17 14:37
수정 2023-10-18 09:24
이 기사는 10월 17일 14: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실적 부진과 신용도 하락 등이 겹친 롯데케미칼이 장기 기업어음(CP) 시장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공모채 시장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 단기자금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6일 364일물 CP 1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롯데케미칼은 CP 시장을 자주 찾고 있다. 지난 △7월 1100억원 △8월 1000억원 △9월 1000억원 등 매달 6개월물 이상 CP를 조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모채 시장에서 목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CP 시장에서 우회 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당초 최대 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수요 부진 우려 등으로 최대 3000억원으로 목표 금액을 줄였다. 수요예측에서도 이 회사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에 주문이 대부분 들어오면서 결국 2500억원을 최종 발행하는 데 그쳤다.

신용등급 하락이 공모채 시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한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6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영업적자가 누적되는 등 실적 부진이 장기화한 여파다. 이번 3분기에도 적자 폭은 다소 축소될 수 있지만 흑자 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동박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로 재무 부담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공모채 투자 심리 악화 속에서 장기 CP 발행을 통해 발 빠르게 유동성을 확보해나가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차입구조 단기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그룹의 장기 CP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1일 300억원 규모의 CP를 찍었다. 만기는 2025년 10월로 2년물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 장기 CP를 찍었다. 롯데그룹 회사채 대한 기관투자가의 선호도가 높지 않으면서 수요예측 절차 등을 생략할 수 있는 장기 CP 조달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