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고유가·고금리·고환율 3고(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황을 뚫기 위해서는 고객만족이 필수라고 판단해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가 올해로 32년째를 맞이했다. 올해 처음으로 1위(현대자동차, 일반승용차 산업)를 30회 기록한 산업이 나왔다. 20회 이상 1위 기업은 총 28개로 소비재(6개), 내구재(6개) 등 제조업이 총 12개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은 공공서비스를 포함해 12개 산업으로 조사됐다. 5회 이상 1위 기업은 79개였다. ○2023년 산업별 장수 1위 기업의 특징
산업별로 역대 1위 횟수로 나눠 분석한 결과 10회 미만 1위(제조업 45%, 서비스 55%)와 10회 이상 20회 미만 1위(제조업 37%, 서비스업 63%)를 차지한 산업은 서비스업 비중이 높았다. 반면 20회 이상 최장기 1위에서는 제조업이 54%로 서비스업(46%)보다 높았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에서 장수 1위 산업이 더 많았다. 서비스업에서 고객만족 경쟁이 더 치열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제조업은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갖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제조회사들이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며 KCSI를 선도했다. 반면 국내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에서는 많은 기업이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주 1위가 바뀌며 특정 기업의 독보적 선두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업종에서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와 니즈를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했다. ○현대차, 최초로 30년 1위…서비스업에선 에버랜드 두각
20회 이상 1위를 차지한 기업은 현대자동차(30회, 일반승용차), 에버랜드(29회, 종합레저시설), 라이온코리아(28회, 세탁세제) 등으로 내구재와 서비스, 소비재를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27회에는 삼성전자(휴대폰), 삼성화재(자동차보험), 교보문고(대형서점) 등이, 26회에는 SK텔레콤(이동전화), 삼성전자(PC, TV)가 뒤를 이었다. 25회는 우정사업본부(공공서비스), 아시아나항공(항공), 삼성생명(생명보험), hy(유산균발효유) 등이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8개 산업(휴대폰·스마트폰, TV, PC, 세탁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자제품전문점, 에어컨)에서 10회 이상 1위를 차지해 한국의 대표 고객만족 선도 기업으로서 위상을 드높였으며, 현대차는 2개 산업(일반승용차, RV승용차)에서 20회 이상 1위에 올라 우수기업의 면모를 드러냈다.
서비스 업종에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유통서비스의 대표 업종인 백화점은 현대백화점 15회, 롯데백화점 10회, 신세계백화점이 6회 1위를 차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대형마트(롯데마트 11회, 이마트 11회, 홈플러스 3회), 대형슈퍼마켓(GS THE FRESH 10회, 롯데슈퍼 5회) 역시 변동이 잦았다. 통신에서는 국제전화(SK텔링크 10회, KT 9회), IPTV(SK브로드밴드 7회, KT 7회), 초고속인터넷(KT 16회, SK브로드밴드 8회) 등이 시장 내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외식프랜차이즈에서도 제과제빵점(파리바게뜨 15회, 뚜레쥬르 9회), 피자전문점(도미노피자 9회, 미스터피자 7회, 피자헛 7회), 패스트푸드점(롯데리아 11회, 버거킹 8회, KFC 4회) 분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했다. 그 밖에 택배/소포(우체국소포 12회, CJ대한통운 12회), 콘도미니엄(한화리조트 14회, 소노호텔&리조트 11회) 분야에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내구재에서는 세계에서 제품력을 입증받은 에어컨, 김치냉장고 등 생활가전 산업에서 삼성전자와 다른 기업의 경쟁이 불꽃을 튀겼다. 특히 에어컨(LG전자 13회, 삼성 12회), 김치냉장고(삼성 13회, 위니아 10회) 산업의 경쟁 강도가 셌다.
절대 강자가 없는 산업도 주목할 만하다. 소주산업의 금복주(14회), 하이트진로(8회), 롯데칠성음료(4회)와 과자 산업의 오리온(9회), 롯데웰푸드(8회), 크라운(4회), 해태(4회) 등이 1위를 번갈아 가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엔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웃도어의류도 블랙야크(5회), 노스페이스(4회), 코오롱스포츠(2회),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1회) 등이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만족도 경쟁을 벌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등을 겪으며 그간 기록해온 성장률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고객만족을 위한 기업들의 꾸준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엔데믹 이후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함으로써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경쟁우위를 넘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고객 경험의 시각으로 새롭게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소리(VOC)에 기반한 경영 혁신을 추진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