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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에서 채택까지 수십 년이 걸렸던 전기·인터넷과 달리 인공지능(AI) 혁신은 곧바로 경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별도 인프라 없이 인터넷만 연결돼있으면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콜센터·패스트푸드 등 일부 산업 현장에서는 AI 효과가 즉각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전기 보급 수십년 걸렸지만 "AI는 시차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AI 경제 호황이 온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시각을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10년 동안 미국의 연간 생산성 성장률을 1.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07년 말 이후 평균 생산성 성장률의 약 2배다.
여기에는 '생성형 AI가 일반적으로 채택된다면'이라는 전제가 달렸다. 조셉 브릭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일반화되는)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라며 "기업의 도입 일정과 AI의 궁극적 역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AI로 인한 생산성 상승 효과는 0.3~2.9%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2020년 말, 2030년 초 무렵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 사이에 시차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그간 기술 혁신 사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폴 데이비드 전 스탠퍼드 경제학과 교수가 199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가 개발된 뒤 전기를 채택한 공장이 절반을 넘는 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물과 증기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공장을 개조하려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혁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1960년대 처음 개발됐지만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기까지는 30년이 넘게 걸렸다. 개인 컴퓨터(PC)가 보급되고 라우터, 인터넷 회선 등이 깔리는 데 든 시간이다.
AI는 다르다. 안톤 코리넥 버지니아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우리는 이미 모든 연결을 갖추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새로운 웹사이트에 로그인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했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즉각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생성형 AI가 향후 10년 동안 생산성을 10~20%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미국 내 업무 4분의1 자동화" 산업 현장에서는 AI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다니엘 리 린제이 MIT대학 교수는 지난 4월 발간한 논문에서 AI를 도입한 결과 콜센터 직원의 시간당 문제 해결 건수가 평균 14%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AI 도구를 통해 고객 질문에 대한 최적의 답변 지침을 실시간으로 안내받았다. 특히 신입·저숙련 직원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두드러졌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인 하디스(Hardee's)에서는 AI 챗봇이 드라이브스루 주문을 받고 있다. WSJ가 챗봇을 테스트한 결과 주변 소음, 엉뚱한 질문 등에도 챗봇은 막힘 없이 고객을 응대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내 업무의 약 4분의1이 AI로 자동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행정·법률 산업에 AI 적용 가능성이 높고 건설, 유지보수 및 수리 등 육체 노동은 대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브래드 허쉬바인 업존 인스티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계가 과거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한다고 해서 경제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기존 일자리 내에서 업무를 변경하는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