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가 10년이 넘도록 일·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업무환경 조성을 1순위로 강조하는데 가만있을 계열사는 없다. 그룹 차원에서 모든 계열사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관련 제도 외에 98개에 이르는 계열사가 경쟁하다시피 각자의 저출산 극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그룹 헤드쿼터인 지주가 중심이 돼 플랜을 세우고 계열사들을 평가한다. 매년 26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각 사의 가족친화제도 운용을 평가·분석하고 개선 사항을 논의한다.
평가 항목은 총 16개로 세분돼 있다. 난임 지원제도, 출산 경조금, 직장 어린이집 등 자녀 양육 전 단계를 평가에 반영한다. 이를 통해 계열사별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제도를 발굴하고 그룹 차원에서 컨설팅한다. 제도 고도화를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지주가 세게 밀어붙이니 계열사들도 경쟁적으로 아이디어 마련 및 추진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소비자와의 섬세한 소통이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업종에 속한 유통 계열사의 움직임이 날쌔다.
롯데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임직원 면담을 통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 ‘우리 아이 첫걸음 휴가’를 신설해 지난 9월 시행했다. 이는 임직원 자녀가 어린이집, 유치원에 입학할 무렵 적응을 돕기 위한 휴가다. 이미 시행 중인 ‘자녀 초등입학 돌봄휴가’도 일 단위로 사용할 수 있게 개선했다.
난임부부 지원도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1월부터 난임 시술비 지원 대상을 ‘결혼 후 5년’에서 ‘결혼 후 3년’으로 넓히고 난임 휴직을 신설한다.
롯데면세점은 최장 49개월의 출산·육아휴직 기간을 보장한다. 법정 제도와 별도로 산전휴가 10개월, 연장 육아휴직 1년, 초등학교 입학자녀 돌봄휴직 1년 등이 포함된다. 롯데호텔도 배우자 출산 후 3개월간 하루 2시간씩 근무를 단축하는 ‘아빠의 아기맞이 패밀리 타임’ 제도를 운용 중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