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재벌 2세' 35살 노보아, 에콰도르 최연소 대통령 당선

입력 2023-10-16 14:07
수정 2023-10-16 14:28


남미 에콰도르에서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결선 투표에서 정치 신예인 다니엘 노보아 아신(35)이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노보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90.56% 기준으로 52.29%를 득표했다. 맞상대인 곤살레스 후보는 득표율 47.71%에 그쳤다. 곤살레스 후보는 이날 패배를 승복했다.

1987년 11월생인 노보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 에콰도르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전 기록은 1979년 38세에 취임한 하이메 롤도스 아길레라 전 대통령이다. 세계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란 기록도 갖게 된다. 리서치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연소 대통령 기록은 지난해 취임한 1986년 2월생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갖고 있었다.

노보아 당선인은 2021년 국회의원에 당선하며 정계에 입문한 지 2년 만에 대권을 차지하게 됐다. 노보아 당선인은 에콰도르 바나나 재벌로 유명한 알바로 노보아 전 의원(72)의 아들이다. 알바로 노보아 전 의원은 다섯 번이나 대권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06년에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에게 석패하기도 했다. 노보아 당선인이 코레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곤살레스 후보를 꺾으며 설욕전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연소 기록을 세웠지만 노보아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는 2025년 5월까지 1년 6개월뿐이다. 이번 선거가 기예르모 라소 현 대통령이 실각하면서 치러진 일종의 보궐 선거이기 때문이다. 2021년 취임한 라소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국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전날 에콰도르 국회는 라소 대통령의 횡령·배임 혐의로 탄핵 심판 절차를 밟기 시작해서다.

지난 8월 1차 조기 대선 본선에선 좌파 성향인 시민혁명운동(RC)의 곤살레스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중도우파 성향인 국민민주행동(ADN)의 노보아 당선인은 당시 2위에 그쳤다. 결선 전까지 노보아 당선인은 경제 회복과 시장 개방, 치안 확보 등을 내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치안 강화를 최우선 공약으로 세웠다. 에콰도르의 살인 범죄율은 2016년 10만명당 5.84건에서 2022년 26.1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마약 카르텔의 무력 충돌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곤살레스 후보는 선거운동 내내 코레아 전 대통령 변호에 열을 올렸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로 실각한 좌파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반(反)부패를 내세우며 코레아 전 대통령을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대선 2주 전 괴한에게 피살되면서 곤살레스 후보의 입지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변화를 염원하는 에콰도르 국민이 정치 신예를 택한 이유다.



다만 정계의 혼란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절차상의 이유로 오는 12월에야 노보아 당선인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 전까지 노보아 후보가 통치·행정 경험이 없고 국회가 분열돼 연립정부 구성이 쉽지 않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