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국내 주식 110개 종목에 총 5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한 뒤 사후 차입해 메우는 식으로 법을 어겼다. 한국에서 주식을 빌리지 않고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IB 두 곳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 행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카카오 등 국내 주식 총 101개 종목을 약 400억원 규모로 무차입 공매도했다. 마찬가지로 홍콩 HSBC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보유 주식 잔량이 공매도 주문량보다 적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상습적으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만큼 역대 최대 규모로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제도는 지난 3월 도입했다. 오스트리아 금융회사인 ESK자산운용이 2021년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21만744주(251억원어치)를 무차입 공매도했다가 적발돼 과징금 38억7400만원을 받은 게 기존 최고 액수다.
금감원은 다른 글로벌 IB와 글로벌 IB의 공매도 주문을 수탁한 국내 증권사 등으로 관련 조사·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태 금감원 공시조사부문 부원장보는 “혐의 입증과 증거 확보를 위해 일부 기간만 특정해 조사했는데도 총 560억원 규모의 불법 행위를 발각했다”며 “그동안 실수나 착오에 따른 공매도 위반이 아니라 공매도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한 상습적인 불법 행위가 확인된 만큼 유사한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선한결/성상훈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