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경기버스 '파업 초읽기'

입력 2023-10-15 18:21
수정 2023-10-16 00:26
수도권 대중교통이 이달 말 잇달아 파업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버스노동조합은 파업 투표가 가결됐고 서울 지하철도 조만간 파업 찬반투표 결과가 나온다. 대중교통 노동조합들이 임금단체교섭협약(임단협) 철인 연말에 파업을 결의하는 것은 관례적이지만 올해는 준공영제 도입 등 굵직한 이슈가 걸려 있는 만큼 노조도 그냥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조와 협상할 만한 카드도 마땅치 않다. 자칫하면 사상 최대 수도권 교통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버스 파업 찬성률 97%1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도내 51개 버스업체 노조가 소속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97.4%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오는 20일과 25일 두 차례의 조정이 결렬되면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51개 회사에 소속된 버스는 시내버스 7000여 대, 광역버스 2500여 대로 각각 경기도 전체의 90%, 88%에 달한다. 파업이 시작되면 경기도에서는 사상 최대 버스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 버스의 파업 쟁점은 기본적으로는 임금 문제다. 노조는 10% 이상 임금이 높아지는 준공영제(공공관리제) 도입, 1일 2교대제 확대, 서울·인천 버스 수준으로 월급 인상(월 70만~80만원 인상, 인상률 20%) 등을 요구했다. 모두 쉽게 응할 수 없는 조건이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과 경기도 버스노조는 6월부터 4개월여간 ‘마라톤’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벌였으나 평행선만 달렸다.

경기도 버스노조는 작년에도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6500대, 1100개 노선 민영 버스를 모두 준공영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고서야 가까스로 봉합됐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도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준공영제 완료 시점을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루면서 노조 반발이 거세졌다.

경기도는 일단 ‘달래기 모드’다. 윤태완 경기도 교통국 버스정책과장은 “19일 노사정 협의에서 도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노조 측을 끝까지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 안팎에선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도 6%가량 임금을 올렸고, 3000억원 이상 비용이 들어가는 준공영제를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사정을 노조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도 11월 파업 위기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서도 노사 간 임단협이 난항에 빠지며 파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민주노총)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한국노총)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총조합원 1만1500여 명)은 12일 시작한 파업 찬반투표를 16일까지 벌인다. 두 노조는 파업이 가결되고 조정 회의가 최종 결렬되면 다음달께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노조와 공사는 인력 감축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작년까지 3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본 공사는 2026년까지 2211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추진 중이고,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작년에도 같은 문제를 두고 노조가 파업에 나섰는데 공사가 구조조정을 유보하기로 한발 물러서며 하루 만에 파업이 끝났다. 봉합된 문제가 이번에도 터진 셈이다.

양대 노조에 속하지 않는 이른바 MZ노조(올바른노조·2000여 명) 등을 중심으로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 노조 간부들이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 시민 불편을 볼모로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건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현장 인원 부족과 인건비 급등은 전 시장 시절 과도한 일반직 전환 때문”이라며 “인력은 부족한데 노조 간부들은 현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년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는 17조6808억원에 달한다.

김대훈/조철오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