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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 성향의 뉴질랜드 제1야당 국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정치신예인 크리스토퍼 럭슨 대표(53·사진)가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됐다. 국민당은 7년만에 정권을 교체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못미쳐 연립정부를 구성할 계획이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차기 총리 당선자인 럭슨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만들 것”이라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럭슨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은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점정 39%의 득표율로 6년간 집권한 노동당(27%)을 눌렀다. 녹색당은 11%, 보수당인 액트(ACT) 당은 9%, 우익 민족주의 성향인 뉴질랜드제일당은 6%를 각각 득표했다.
하지만 국민당은 전체 의석수 121석 가운데 50석을 차지해 과반에 못 미쳤다. 국민당은 11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액트당과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액트당의 의석이 10석에 그치게 되면 국민당은 민족주의 성향인 뉴질랜드제일당과도 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뉴질랜드 의회는 지역구 70석과 비례대표 50석 등 총 120석으로 구성돼 있지만, 혼합비례대표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 121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식 투표 결과는 11월 3일 발표된다.
집권 여당인 노동당의 크리스 힙킨스 총리는 "수치(득표율)를 보면 노동당이 (차기) 정부를 구성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럭슨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힙킨스 총리는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사임한 저신다 아던 전 총리의 뒤를 이었지만, 경기 악화로 노동당의 지지율이 추락하며 총선에서 패하게 됐다.
럭슨 대표는 뉴질랜드 대표 항공사인 에어뉴질랜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3년 전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로 집권 노동당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감세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표심을 얻었다.
럭슨 대표는 전날 승리가 확정 된 후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경제를 재건하고 세금 부담을 줄이며 생계비도 낮추고 법과 질서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럭슨 대표는 캔터베리 대학에서 상업을 공부한 후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서 일했다. 2011년엔 에어뉴질랜드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 CEO에 올랐고, 8년 동안 회사를 이끌다 정계에 입문했다.
일각에선 정치 신예인 럭슨 대표가 뉴질랜드의 치솟는 생계비를 해결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크레이그 레니 뉴질랜드 노동조합협회 정책 국장은 "그는 순풍이 아닌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그가 얼마나 강력한 의제를 추진할 수 있을 지 진정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