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들과 30년 만에 만나 사진 찍었습니다."(미국 로스엔젤레스 오렌지카운티 출신 강승연 씨·56세)
1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 현장은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 친구, 연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뜻깊은 하루를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는 포토존이 특히 인기였다. 포토존 인파 북적
이날 오후 2시 롯데GRS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엔제리너스 포토존 앞에는 방문객 20여 명이 넘게 대기 중이었다.
포토존에서 만난 강승연 씨(56)는 이날 30년 만에 재회한 고교 동창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강 씨는 20대 때 미국으로 이민을 한 뒤 두어번 한국을 방문했지만, 친구 송희 씨(56·송파구 거주)와 송문희 씨(56·경기 포천)와의 만남을 그간 성사하지 못했다. 강 씨는 "더 늦기 전에 그리웠던 친구들을 만나야겠다 싶어서 오늘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러 들렀다"고 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엔제리너스는 '코닥'과 협업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코닥'의 즉석 사진기에서 나온 사진을 다채로운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로 꾸밀 수 있는 포토존을 설치했다.
방문객들의 반응은 단연 최고였다. 강 씨는 "내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떠나기 전에 친구들과 잊지 못할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젊은 시민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이지민·임성주 씨(20대)는 주말을 맞이해 함께 석촌호수를 산책하러 나온 친구 사이다. 임 씨는 "앞 사람들을 따라가다 자연스럽게 이곳 잔디광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사진에 알록달록한 마스킹테이프를 붙이던 이지민 씨는 "사진으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포토존은 행사장 군데군데 마련돼 있다. 엔제리너스 외에도 이디야커피, GS25, 스타벅스 부스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번 축제의 대표 캐릭터 '올숑이'와 사진을 찍을 수 '올숑이의 방', '놀이공원 올숑이', 그리고 '청춘카페 포토존'도 있다.
커피로 그린 초상화
그림으로 하루를 기록해볼 수도 있겠다. 커피혁명 구역 한쪽엔 커피를 물감 삼아 초상화를 그려주는 부스가 자리잡고 있다.
수채화를 주로 그리는 화가 김수현 씨(31)는 "10년 전 에스프레소 커피로 앨범 커버 작업을 해본 게 계기가 돼 커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커피는 물에 잘 녹으면서도 그림이 마르면 커피가루가 살짝씩 남아 있어 독특한 질감의 그림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초상화를 3분 만에 그린다.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어야 완성되는 일반 초상화와는 사뭇 다르다. 그림은 장당 1만 원이다.
그림을 받은 직장인 최모 씨(27)는 "그림에서 나는 커피 향을 맡으면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어서 그림을 방에 걸어둬야겠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