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임성재(25)에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은 복덩이 같은 대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우승을 못 해 힘이 빠져 있던 2019년 귀중한 트로피를 안겨준 대회여서다. 그에겐 PGA투어는 물론 KPGA 코리안투어 첫 트로피였다.
이후 임성재는 기세를 몰아 이듬해 열린 혼다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신고하는 등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임성재는 이달 초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 병역 의무까지 해결했다.
4년 전과 달리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임성재와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궁합은 여전했다. 임성재는 13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파72·7471야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몰아치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으며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이틀 합계 11언더파 134타를 기록한 그는 단독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임성재는 이번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에서 열리고 있는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의 역대 우승자(2021년)이기도 하다. 한 번도 공동 15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제네시스 챔피언십만큼이나 ‘궁합’이 잘 맞는 대회다. 그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과 제네시스 챔피언십 모두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대회”라며 “하지만 국내 대회에선 PGA투어에서 뛸 때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회에서 나를 보기 위해 골프코스를 찾는 팬들을 보면 동기 부여가 되고 PGA투어에서 계속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좋은 자극이 된다”고 덧붙였다.
임성재의 말대로 이날 대회장을 찾은 수백 명의 구름 갤러리가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응원했다. 임성재가 ‘명품샷’을 뽐내자 클럽하우스까지 들릴 정도의 함성이 나오기도 했다.
임성재는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샷 이글’로 보답했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임성재는 12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15번홀(파5)에서 이글을 추가해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페어웨이에 보낸 뒤 이를 60도 웨지로 쳐서 그대로 홀 안에 넣었다. 16번홀(파4)에선 이날 유일한 보기가 나왔으나 남은 홀에서 3타를 더 줄여 리더보드 최상단 자리를 꿰찼다. 임성재는 “우승한 2019년 대회처럼 이번에도 ‘무빙데이’인 3라운드가 승부처가 될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실력을 유지해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김영수(34)는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를 기록했다. 이날만 버디 7개(보기 1개)를 몰아친 덕분에 순위가 공동 3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한때 11언더파를 기록해 임성재를 따라잡은 황중곤(31)은 마지막 18번홀(파5) 트리플 보기에 발목이 잡혀 8언더파 136타 공동 8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