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짝퉁 판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는 지난달 12일 가짜 상품(가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가품 셀러의 업로드를 차단하고 계정을 폐쇄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했지만, 여전히 주요 인기 브랜드의 가품이 넘쳐나고 있다.
13일 알리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가품 근절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가품들이 앱 첫 화면부터 나타나고 있다. 나이키, 아이앱스튜디오, 우영미 등 패션 상품이 가장 많다. 알리 앱에 ‘나이키 조던’이라고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네이버 리셀(되팔기) 플랫폼 크림에서 100만~300만원대에 팔리는 조던 제품 수백 종이 최상단에 노출된다. 켤레당 200만~300만원대를 호가하는 ‘조던1 트래비스 스캇 로우’의 가품은 알리에서 7만~8만원대 초반에 팔리고 있다.
‘우영미 꽃 로고’ 티셔츠도 50만원대 정품의 위조품이 알리에선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K패션 대표 브랜드인 우영미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단독 매장을 열어 화제가 됐다.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 헤드폰 업체 보스 가품도 정품의 10분의 1 가격에 팔리고 있다.
레이 장 알리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12일 “가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유지하며 지식재산권(IP) 보호 정책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OTRA, 한국국제협력재단(KOICA) 등과 협업해 IP 침해 제품을 막겠다”며 “판매자가 제품을 올릴 때부터 가품이 아닌지 필터링하고, 필터링이 안 되면 제품을 삭제하거나 스토어 계좌 폐쇄와 계좌 동결 등을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오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장 대표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품 근절의 가장 근본적인 ‘판매자 필터링’이 작동하지 않아 이날 대책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 해외 물품 구매 경험이 있는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피해 경험이 가장 많은 플랫폼은 알리익스프레스(31명)로, 피해 해결률(61.3%)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청은 내년부터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한 ‘짝퉁’ 실태 조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