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꺾인 정제마진…4분기 정유사 실적 '먹구름'

입력 2023-10-13 18:02
수정 2023-10-14 01:37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지난달부터 다시 내리고 있다. 지난 3분기 상승한 정제마진 덕에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이 호실적을 거뒀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13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주 배럴당 1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 12.8달러에서 소폭 내렸다. 9월 둘째주 16.8달러에서 3주 연속 하락세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을 뺀 마진으로 국내 정유 4사의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정제마진은 2분기 평균 7.4달러에 그쳤지만 3분기엔 13.7달러로 크게 올랐다. 정유사가 3분기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이다. 하지만 9월부터 정제마진이 계속 내리면서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0월은 통상 석유제품 수요 측면에서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제마진 하락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이후에도 정제마진이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꺾인 직접적 원인은 글로벌 수요 둔화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르는 등 상승 속도가 가팔랐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기존에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원유를 바탕으로 석유 제품을 생산해 마진을 더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유가가 너무 빨리 오르면 글로벌 수요가 위축돼 정제마진이 꺾인다는 게 정유업계 분석이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6일 수출 금지령을 철회하며 러시아산 경유가 시장에 대규모로 풀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휘발유보다 정제마진이 높던 경유의 마진이 악화하며 부담을 더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석유화학업체에 납품하는 나프타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국제 유가가 널뛰기하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도 악재로 인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여파로 원유 가격을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구매를 줄이고 있다”며 “둘째주엔 정제마진이 더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