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133%'…대선 앞두고 무너지는 아르헨티나 경제

입력 2023-10-13 11:30
수정 2023-10-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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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상승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6번째 금리 인상이다. 물가상승률이 130%에 육박하면서 강경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난이 심화하자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를 폭락했다.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15%포인트 기준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 기준금리는 연 118%에서 연 133%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아르헨티나에서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1990년 전후 한때 1400%에 육박했던 때 이후 최근 30년새 가장 높은 수치다.

BCRA는 "오는 22일 대선을 앞두고 관찰된 금융 변동성을 제한하고 부채에 대한 준비금을 축적하기 위해 이번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8월 셋째 주를 정점으로 일반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엔 물가상승률 추이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BCRA가 기준 금리를 인상한 배경엔 초인플레이션이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은 9월 월간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12.7%, 전년 동월 대비 138.3%를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간 물가상승률의 경우 1991년 2월(25%) 이후 최고치다.

품목별로는 의류·신발 등이 15.7%로 가장 크게 치솟았고, 케이블TV 시청료를 비롯한 오락·문화 부문이 15.1%로 뒤를 이었다. 생필품에 해당하는 식음료의 경우에도 14.3% 상승한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경제난은 더 심화했다. 아르헨티나 국민 중 40%는 현재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에선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가 상승세는 완화되지 않고 지속해서 올라 연말이면 상승률이 180%를 찍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로 인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폭락했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암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페소화 환율은 20% 하락한 1040페소를 기록했다. 세르히오 마사 경제부장관은 선거 전까지 공식환율을 달러당 페소 환율을 350페소로 동결한 바 있다. 시장 가격으로 달러를 매수하기 위해선 암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유력 대선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를 견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미국 달러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와 함께 밀레이 후보는 페소화 저축을 중단하고 달러 매수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이는 아르헨티나 금융권을 비롯해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도 밀레이의 '달러화 도입'(Dollarization) 공약과 이에 영향을 받은 페소화 가치 폭락에 따라 맞대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BCRA는 금리 인상과 함께 페소화 저축 유인 강화책도 내놨다. 개인 정기예금에 대한 최소 보장 이자율을 최대 3000만 페소·30일 예치 조건으로 133%까지 상한선을 올리는 게 골자다.아르헨티나의 텔람통신은 "자본과 이자를 30일마다 재투자한다면, 연간실효이자율(TEA)의 경우 253%까지 인상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예컨대 개인이 30일간 10만 페소를 은행에 예치했을 경우, 기간 종료 후 11만 1083 페소를 받게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