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127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2021년 사옥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한 뒤 ‘변화의 DNA’를 그룹 곳곳에 심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첨단 미래기술을 적용한 기계·자동화 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SMR·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 선두
두산은 SMR(소형모듈 원전), 수소, 가스터빈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두산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SMR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70여 개의 SMR이 개발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2020년 업계 최초로 통과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1억380만달러의 지분을 투자하며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얻었다. 작년에는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첫 번째 SMR 발전소로 추진 중인 미국 아이다호 UAMPS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 발전소에 사용될 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해 올해 말 원자로 제작에 들어간다.
두산그룹은 주요한 차세대 에너지 자원인 수소 분야에서도 생산부터 유통, 활용을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 400㎿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한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합 연소 시험에 성공했으며, 국책과제로 50% 수소 혼합 연소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의 양성자 교환막(PEM) 방식 수전해 시스템은 올해 말 사업화될 예정이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창원에 구축 중인 수소액화플랜트는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수소액화플랜트는 국내 최초로 수소의 효과적인 저장 및 운송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두산퓨얼셀은 대표적인 수소 활용 분야인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주력인 발전용 인산형연료전지(PAFC)를 비롯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등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의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특히 두산퓨얼셀의 SOFC는 전력효율이 높고, 기존 제품보다 약 200도 낮은 620도에서 작동해 상대적으로 기대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이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 50㎿ 규모의 SOFC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두산퓨얼셀 연료전지의 국산화율은 98%에 달한다”며 “원자재 인상에도 원천기술이 있다 보니 자체 설계 개선으로 재료비를 절감해 가공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협동로봇 등 첨단 신사업 집중 육성두산은 협동로봇 등 첨단 신사업도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두산테스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두산테스나는 중장기적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는 등 반도체 후공정(OSAT) 전문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점차 넓힐 계획이다.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독자적인 토크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만들고 있다. 현재 업계 최다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2018년부터 줄곧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 편의를 위한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인정받아 북미, 서유럽 등 해외 판매가 늘어 국내 협동로봇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 들어갔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를 설치해 작업자와 따로 분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하지만 협동로봇은 펜스 없이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작업자와 함께 업무를 분담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두산의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안전한 협업을 보장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충돌 감지력을 자랑한다. 오차범위는 최고 ±0.03㎜의 반복 정밀도를 가지고 있고, 각 축에 적용된 고성능 토크 센서를 통해 사람의 손재주가 필요한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가장 큰 모델의 경우는 최대 25㎏까지 들어 올릴 수 있으며, 작업 반경은 최대 1.7m다.
최근 두산로보틱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상장을 마쳤다. 본격적인 협동로봇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며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