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전문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태양광 시설 설치 등에 2017년부터 지금까지 15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한수원은 54개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데 1579억원을 지출했다. 5년간 쏟은 설치 비용은 1015억원, 수리하는 데 든 비용은 55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2017년 한수원이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수리에 쏟았던 비용은 82억원이었다. 2018년에는 41억원, 2019년에는 33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427억원까지 늘었고 이후 소폭 감소해 2021년 304억원, 2022년 124억원, 올해(9월까지)는 262억원을 지출했다.
한수원이 태양광 발전 시설에 1500억원 가량을 쏟은 이유로는 문 정부 당시 상향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이 꼽힌다.
RPS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를 공급의무자로 하여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하도록 한다. 한수원은 총 3만 MW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국내 최대 발전사로 의무대상에 해당된다. 사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자체 태양광 사업과 SPC(특수목적법인) 사업을 병행한다.
문 정부 시절 RPS 비율은 대폭 상향됐다.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 전력 비중은 2023년 14.5%, 2026년 25%로 대폭 늘었다. 새 정부 들어 2023년 13%, 2030년 25%로 하향 조정됐지만 시기만 늦췄을 뿐 발전사업자들의 RPS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이 한수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월 30일을 기준으로 한수원의 부채는 44조9493억원에 달한다.
한수원은 태양광 발전이 늘어남에 2020년부터 올해 10월 초까지 총 13회에 거쳐 원전 출력감소운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출력을 낮추고 원전 대비 비싼 태양광 생산 전기를 우선 매입한 셈이다.
김 의원은 “원자력·수력으로 발전하는 회사가 정작 태양광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쏟고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섣부른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공백과 경제적 손실을 국민이 떠안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