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가 단기간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에너지 관련주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CNBC는 10% 이상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에너지주를 선정해 1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란 개입 드러나면 유가 더 오를 것”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0.47%(41센트) 하락한 배럴당 85.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WTI는 장중 5% 넘게 급등했다가 이날은 소폭 떨어졌다. 시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다시 국제 유가를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했다는 게 확실해지면 국제 사회는 이란을 제재하고,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불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은 하루평균 약 1700만 배럴,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가는 핵심 길목이다. 이란 정부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도록 지원했다는 설을 부인하고 있다.
에너지 투자회사인 바이슨인터레스츠의 조시 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란이 하마스를 도왔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미국은 이란산 석유 수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노하우저 리버모어파트너스 펀드매니저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평가된 에너지주 주목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유가 상승 전망에 따라 에너지 관련주에 주목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S&P500 에너지업종은 3.5% 올랐다.
CNBC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애널리스트들이 10% 이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종목을 선정해 소개했다. 이 명단에는 코노코필립스(티커 COP), 셰브런(CVX), 웨더퍼드인터내셔널(WFRD), 바이탈에너지(VTLE), 비스타에너지(VIST) 등이 포함됐다.
미국 대형 에너지기업인 셰브런은 지난 9일 주가가 2.7% 뛰었다가 이날은 0.1% 하락했다. 셰브런의 목표주가 평균은 187.51달러로 현재 주가(10일 종가 기준)보다 15%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 셰브런은 올해 2분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순이익이 반토막 났지만, 최근 다시 유가가 상승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를 받고 있다. 셰브런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은 악재다. 미국 대형 에너지탐사기업인 코노코필립스도 전날 주가가 5.6% 상승했으나 이날은 1.17% 조정받았다. 코노코필립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136.13달러로 13%가량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바이탈에너지의 평균 목표주가는 78.30달러로 현재 주가보다 48% 이상 높다. 바이탈에너지는 지난달 미국 최대 셰일유전 지대인 퍼미안 분지의 3개 기업과 11억7000만달러 규모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이 거래로 바이탈에너지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약 3만5000배럴 증가하게 됐다. 영 CIO는 “바이탈에너지는 대규모 인수를 진행하고 있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저평가 종목”이라며 “석유와 가스 재고 측면에서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웨더퍼드인터내셔널은 18%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영 CIO는 이 회사에 대해 “비슷한 규모의 에너지주 가운데 가장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소형 에너지주도 관심을 받고 있다. 리버모어파트너스는 눈여겨봐야 하는 소형 에너지주로 비스타에너지, 콜리브리글로벌에너지, 제이드스톤에너지 등을 지목하고 “브렌트유 가격의 영향을 받는 가치주”라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