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軍투입 임박…美국채로 자금 피신

입력 2023-10-11 17:51
수정 2023-10-12 03:19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미국 뉴욕 월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처음 공격했을 때 투자자들은 세계를 뒤흔들 지정학적 리스크로 보고 주가 급락을 우려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등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투자 수요가 몰려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그동안 시장금리 고공행진에 짓눌려온 주식시장은 연이틀 안도 랠리를 펼쳤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팔 전쟁에도 주가 상승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134.65포인트(0.40%) 오른 33,739.30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22.58포인트(0.52%) 상승한 4358.24로, 나스닥지수는 78.60포인트(0.58%) 뛴 13,562.84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오른 것은 미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6일 연 4.79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점차 떨어져 이날 오후 11시 기준 연 4.626%를 기록 중이다.

미 국채 금리는 Fed가 시장 예상보다 길게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세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려들면서 국채 금리는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체이스인베스트먼트카운슬의 피터 투즈 사장은 채권 금리 하락 원인을 세계의 위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면서 국채 금리가 하락했고 그 폭은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9월 CPI가 변수 미 국채 금리 하락은 Fed 인사들의 발언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전날 “장기 금리가 높은 기간 프리미엄으로 인해 계속 상승한다면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건 총재는 올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12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관건이다. 월가에선 9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6%로 8월(3.7%)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유가 변동폭이 크다는 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5% 상승해 시장 예상치 0.3%를 뛰어넘었다. 전년 동월에 비해 2.2% 올라 지난 4월(2.3%)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5.4% 오르며 지수 상승에 40% 이상 기여했다. PPI는 시차를 두고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CPI의 선행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월가 예상치 17만 개의 두 배에 가까운 33만6000개 증가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임금 상승률은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다.

한편 미국인은 몇 년간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뉴욕연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연은의 9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중간값)은 3.7%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6월 기록한 최고치 7.1%보다는 낮지만, 올 8월의 3.6%보다는 소폭 높은 것이다. 소비자는 인플레이션이 3년 후 3% 안팎을 기록하고, 5년 후에는 2.8%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