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호주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에 투자한 지 13년 만에 투자비 1조3000억원 전액을 회수했다. 매년 수천억원의 배당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정적인 철광석 공급망을 확보하고, 다른 투자사와 저탄소 철강 원료를 공동 생산하기로 하는 등 자원 개발 역량을 키우는 계기도 됐다. 한국 해외 자원 개발사에서 돋보이는 성과라고 할 만하다.
지금 성과는 그렇지만 그간에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문재인 정부 때까지만 해도 이 투자는 대표적인 ‘적폐’로 취급받았다. 투자한 지 5년 만인 2015년 철광석 가격이 급락하자 “왜 샀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고, 이후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개발 사업을 수사하면서 로이힐을 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국감에선 매년 해외 자원개발 실패의 상징처럼 거론됐고, 좌파 사회단체는 포스코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조 단위 투자를 정치적 관점에서 재단한 데다,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는 해외 개발 프로젝트의 특성도 무시했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 투자 건도 비슷하다. 이 광산은 2004년 한국광해광업공단이 1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자원 개발 기능을 없애고 이 광산을 팔려고 했다. 그러다가 이듬해 초 니켈 가격이 급등하자 매각이 유야무야됐다. 중국 미국 일본 등이 전 세계를 돌며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고, 주요 광산 보유국은 이들 자원을 국유화하며 문을 걸어 잠그던 때였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정부의 적폐’라며 그나마 어렵게 확보한 해외 우량 광산을 팔아치우려고 했다. 무지한 단견이든, 정치적 편향성이든 모두 문제다.
로이힐처럼 한때 우려 속에 시작한 해외 자원 개발의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SK어스온은 최근 남중국해 광구에서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 탐사 시작 8년 만으로, 한국 기업이 탐사부터 개발까지 해낸 첫 사례다. 큰 위험에도 기업인들의 뚝심과 독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외 자원 개발까지 정쟁의 수단이 되고 심지어 죄악시하는 와중에도 기업들은 국가 명운을 건 자원 확보 전쟁을 수행해왔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인식과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