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 구합니다"…온라인 불법 거래 판친다

입력 2023-10-13 20:04
수정 2023-10-13 20:11



"탈모를 앓고 있는 지인들에게도 주려고 많이 주문했는데, 저렴하게 구매한 것 같습니다." (A 온라인 약국 구매자 후기)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의약품이 불법 '온라인 약국'을 통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불법 온라인 약국 사이트에서는 '미승인' 의약품까지 구매가 가능해 부작용 등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확인된 온라인 불법 의약품 유통 사례는 총 2만1052건이다. 올해 유통 사례는 이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한경닷컴에 "온라인 상거래가 생겼을 때부터 시작된 의약품 불법 유통은 매년 점차 늘고 있다"며 "한 업체가 여러 사이트를 두는 경우도 많아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값싸게, 좋은 약 구할수 있다' 인식에 줄지 않는 불법약 유통
이들 사이트는 탈모약·낙태약·비아그라 등 해외에서 생산한 미승인 전문의약품을 주로 취급한다. 고객센터 연락처를 기재하는 등 합법적 업체를 가장하고 있지만, 현행 약사법상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정식으로 처방받는 것에 비해 값싸게 구할 수 있다 보니 '불법 의약품'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A 온라인 약국에서 판매하는 탈모약 '두타놀'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처방 받는 탈모약 '아보다트'를 인도에서 복제해 생산한 '카피약'이다. 아보다트 공장 출하가가 통상 1정(0.5mg) 기준으로 700원대인데, '카피약'인 두타놀은 13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인터넷에서 파는 카피약이 워낙 싸다"며 "탈모약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가격 때문에 불법 유통망을 통해 약을 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격뿐 아니라 '외국 제품이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도 불법 유통을 부추긴다. 국내에서도 비아그라나 시알리스를 구할 수 있지만, A 온라인 약국에서 판매하는 외국 생산 제품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퍼져 있다는 분석이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외국산 비아그라가 국내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은 근거가 없는 미신이다. 약효는 복용량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오히려 조제 기술이 떨어지는 중국산 비아그라가 불법 유통 과정에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부작용 위험 높은데…여전히 단속 '사각지대'문제는 이들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아 국내에서 유통 자체가 불법인 '먹는 낙태약'은 물론, 해외 승인 제품 역시 부작용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나성훈 강원대 산부인과 교수는 "만약 '자궁 외 임신'인 경우 미프진(먹는 낙태약)을 통해 약물 유산을 시도하면 동맥이 터져 산모가 위험할 수 있다"며 "실제로 약물 복용 후 남은 '잔류 태반'으로 인해 하혈이 지속돼 과다출혈 쇼크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프진을 승인한 국가에서도 반드시 의사 처방과 산모 건강 상태를 사전에 확인한 후 처방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최헌수 대외협력실장도 "온라인 약국에서 유통되는 전문의약품은 해외 승인 제품이라 하더라도 유통 과정 전체가 감시 밖에 있다"며 "미승인 약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국내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주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방송심의위원회는 이들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적발되는 대로 최대한 차단 조치 중"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하며 지속해서 모니링하겠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성진우 한경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