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만원 '황제 숙박' 펑펑 쓴 前가스공 사장

입력 2023-10-10 18:37
수정 2023-10-18 17:10
감사원은 10일 감사를 통해 수뢰, 강요, 업무상 배임, 사기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18명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요청했다. 산하기관 직원 법인카드로 자신의 식사비를 결제하거나, 가족이 먹을 도시락을 사오게 하는 등 ‘갑질’을 한 공무원도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5급 사무관 A씨는 2019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본부로 파견 나온 지역난방공사 직원의 법인카드를 이용해 약 38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A씨는 부서 회식비는 물론 자신이 먹을 빵, 가족 식사비, 한우고기 포장 비용까지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대신 내게 했다. 난방공사 직원들을 세종시로 불러 사적 식사 비용이나 배우자 사업에 필요한 빔프로젝터 구입비를 결제하도록 했다. A씨가 파견 직원에게 술자리 참석, 개인 차량 대여, 출퇴근 픽업, 음식물 배달, 주말 개인 일정에 차량 제공, 자녀 도시락 준비 등을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사장과 간부들이 해외 출장 숙박비를 별도 규정 없이 무한정으로 지출했다. 채희봉 전 사장은 해외 출장 시 하루 260만원대 스위트룸에 묵는 등 3박 숙박비로만 78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직원이 다단계 판매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국남부발전 직원들은 사택을 활용해 ‘알박기 투자’를 했다. 회사가 보유한 공동사택을 관련 업무 담당자와 직원들이 공모해 저가(23억여원)에 매입하고, 수년 뒤 회사를 상대로 “사택 지분을 100억원에 매입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감사원은 관련자 3명을 배임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택 수요 부족으로 청산을 결정한 택지개발사업의 수요를 부풀려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최대 4346억원 규모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이 같은 부실 사업·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비효율이 2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