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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다국적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전개 상황에 따라 복잡한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다국적 인질이 이번 사태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9일(현지시간) 예비군 30만명에 대해 동원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이 24~48시간 안에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민을 비롯해 다국적 인질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어 이스라엘군이 섣불리 지상작전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계속 공습하면 포로로 잡아온 150명을 차례차례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문제는 인질 중에선 이스라엘인 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다는 점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8일 "가자지구 내에 억류된 인질 중에 미국인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외교부와 멕시코 외교부는 각각 자국인 11명과 2명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근로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독일과 영국, 브라질 등도 자국 국민이 하마스에 납치됐다고 확인했다.
CNN방송은 "영국인 1명과 멕시코 국적자 2명, 네팔 학생 1명도 이번 사태 후 납치 또는 사망으로 인해 실종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50명 인질의 생사가 불투명해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까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양측의 사망자 수는 총 14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 또한 6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인질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강경대응만 고집한 나머지 인질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작전을 전개했다가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마스 뿐 아니라 이스라엘도 인질 희생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CNN은 "이스라엘 정부의 우선순위는 하마스를 파괴해 이스라엘 시민의 안전을 회복하는 것"이라면서도 "150여명의 인질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이스라엘의 대응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