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투쟁에 따른 건강 악화로 입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퇴원했다. 구속 위기를 넘긴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후 어수선하던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고, 흔들리던 당권을 장악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내발산동 발산역 1번 출구에서 이뤄진 진교훈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팡이를 짚고 단상에 오른 이 대표는 “진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국민의 무서움을, 이 나라의 주인이 진정 국민임을 여러분께서 확실히 증명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했다. 현장에는 민주당 의원 80여 명이 동행해 세를 과시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퇴원했다. 지난달 18일 입원 이후 21일 만이다. 그는 당분간 자택에서 회복 치료를 받으며 당무 복귀를 준비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입원 중에도 자신의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거나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대로 지도부 공백을 메우고 당내 분열을 수습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인 비명계 송갑석 의원이 사퇴했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무직 당직자들도 사표를 낸 상태다. 이 대표가 이날 유세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 억울한 게 있더라도 잠시 제쳐두고 저 거대한 장벽을 함께 손 잡고 넘어가자”고 강조한 배경에는 이 같은 당내 분위기가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당내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앞에 나서 통합을 강조하면서, 친명계 최고위원과 원내지도부를 동원해 반대파에 대한 징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없다”며 “(가결표를 던진 의원에 대한 징계는) 총선 승리에 어떤 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