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 결과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반일 몰이’에 나서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역시 ‘한·일전’이라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의 정청래 최고위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잇따라 관련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당일 치러진 아시안게임 야구, 축구 결승전 결과와 관련해서다. 이날 밤 정 최고위원은 “경축. 한·일전 축구 우승 금메달”이라며 “내년 한·일전 총선도 이겼으면 좋겠습니다”고 적었다. 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성 축구 종목결승전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한 것을 축하하는 게시글이다. 동시에 정 최고위원의 ‘내년 한·일전 총선’ 발언은 내년 4월 예정된 총선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닌, 민주당과 일본의 대결에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며 “한국 정부가 일본 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해온 맥락에서다.
서 최고위원도 자신의 SNS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립을 부각했다. “한일전 축구 승리! ‘금메달’, 한일전 야구 승리! ‘금메달!’”이라고 남긴 것이다. 축구 결승은 일본과 치러졌지만 야구 결승은 대만을 상대로 열렸다. 포털 등에서는 “맹목적으로 반일 감정을 자극하다 보니 야구 결승 상대라고 헷갈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서 최고위원은 다음날 ‘한·대만전 야구 승리’로 관련 내용을 바로잡았다.
민주당 정치인은 2020년 총선 이후 중요한 선거마다 ‘한·일전’이라며 갈등 구조를 부각하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 높아진 반일 감정에 따른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등을 앞두고도 “이번 선거도 총선 때처럼 한일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일전’이라는 프레임이 등장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