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중·고 '12월 졸업식'이 대세'

입력 2023-10-09 18:23
수정 2023-10-17 20:28
경기 용인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임이선 씨(34)는 매년 날이 쌀쌀해지는 10월이 되면 인근 초·중·고등학교에 전화를 돌린다. 학교별로 졸업식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2월에 졸업식이 몰리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12월에 졸업식을 하는 학교가 적지 않아서다. 임씨는 “스케줄을 미리 파악해야 겨울 동안 영업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2월 졸업식 특수’는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9일 일선 학교에 따르면 12월 졸업식이 확산하면서 학교의 연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2010년 이후 법정의무일수를 채운 학교의 경우 교장 재량으로 자유롭게 졸업식 지정이 가능해진 데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층 보편화하는 추세다.

12월부터 졸업식이 시작되면서 국내 화훼시장을 담당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매년 ‘학교별 졸업예정표’를 파악해 발표하고 있다. 도·소매 화훼 농가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원활한 화훼 공급을 돕기 위해서다. 전년도 수도권 내 학교별 졸업식 일정을 살펴보면 2022년 12월 13일부터 2023년 2월 27일까지 주중마다 초·중·고교 졸업식 일정이 1~20개 정도 고르게 분포돼 있다.

12월 졸업식에 대한 학부모 반응은 엇갈린다. 오는 12월 29일 졸업식을 앞둔 경기 수원 A 초교의 학부모 김모씨는 “학교가 학생들을 관리하기 싫어 조기 졸업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김씨는 자녀가 12월 말 졸업 이후 중학교 진학 전인 2월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무적자’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한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조기 졸업하더라도 이후 2월 28일까지 관리하는 것으로 법에 명시돼 있다”며 “조기 졸업자가 무적자 신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새 학년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여유가 생겼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학부모 박재구 씨(40·경기 의정부)는 “아이와 여행 갈 시간이 늘어나는 등 평소 하지 못한 각종 계획을 짤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은 학교생활기록부 정리, 교사 전보 인사, 학교 시설 정비 등 여러 업무를 집중적으로 할 시간이 생겨났다고 평가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2월 초 개학·2월 중순 봄방학’을 하던 기존 커리큘럼에 대해 시간 낭비란 지적이 많았다”며 “일부 학생·학부모·교사 사이에선 재충전의 시간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