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조원 규모 호주 도매업체 회장이 직접 찾아왔어요. 박람회 첫날만 해도 40여 개 해외 업체가 구매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국 디저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이 입증된 순간입니다.”
9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식품박람회 아누가에 참석한 황종현 SPC삼립 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글로벌 양산빵 시장 공략의 전초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대규모로 생산해 유통·판매하는 양산빵 시장은 빵을 주식으로 하는 북미나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도 글로벌 양산빵 시장에서 싸워볼 만한 경쟁력을 지녔다는 게 황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고관여 소비자가 많은 한국 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들은 세계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이미 유수의 거래처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C삼립은 제과제빵 강국인 일본에 최근 진출했다. 하반기에 일본 최대 유통사 중 한 곳과 손잡고 약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달 중순부터 호빵도 납품한다. 황 사장은 “한글 패키지 그대로 한국 전통 간식을 일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일본에 진출하자마자 현지 대기업이 유통 독점권을 요청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유통체인이 일본의 디저트 자리를 통째로 빼내고 한국 제품으로 대체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황 사장은 “그동안 제과제빵 시장에서 일본은 넘볼 수 없는 상대로 여겨졌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미국 유통체인의 아시아 디저트 코너에 일본 제품을 밀어내고 삼립이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SPC삼립은 해외 판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현지 기업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세계 곳곳에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황 사장은 “한국 전통음식인 떡을 글로벌화해 ‘K디저트’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식감으로 상온 유통이 가능하도록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쾰른=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