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비 5000억달러(약 670조원) 규모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세일즈 외교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대통령실이 8일 전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에너지, 방위사업,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네옴과 같은 메가프로젝트 참여 등 양국 협력을 한층 확대하고 발전시켜나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와 따로 만나기도 했다.
이번 통화를 계기로 양국 정부, 기업, 기관 등이 체결한 투자·개발 업무협약(MOU)에 대한 후속 조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시 양국 기업·기관들은 30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26개 MOU를 체결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이달 사우디의 대규모 프로젝트 확정을 위한 일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당시 추진 방향만 정해졌던 프로젝트 중 일부가 구체화 혹은 확정될 수 있고, 추가 투자 건이 발표될 수도 있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재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프로젝트는 단연 네옴시티 프로젝트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겠다며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다. 사막과 산악지역에 서울의 약 44배 면적인 2만6500㎢의 인공도시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재계 총수들과 정·관계 고위 인사들은 이달 하순 대거 사우디와 카타르를 방문해 네옴시티 수주전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장과 정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