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주력 시장인 인도에서 신차 생산을 확 늘리기로 했다. 인도 소비자 ‘취향 저격’을 위해 내놓은 전략 모델인 엑스터의 흥행으로 때아닌 출고 대란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이 쪼그라든 중국·러시아 대신 인도로 글로벌 판매 축을 옮기고 있는 현대차는 발 빠른 생산 확대로 급성장하는 현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쥔다는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 전략 차종 엑스터의 현지 생산량 최대 목표치인 월 8000대를 연내 조기 달성하기로 했다. 지금은 월 6000대가량 생산하고 있다. 엑스터는 현대차가 지난 7월 인도에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5만 대 넘게 계약되면서 이른바 ‘대박’을 쳤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한 달 전체 판매량(평균 4만9530대)을 넘어섰다.
수요가 몰리며 8월 말 기준 엑스터 출고 대기는 최장 11개월로 늘어났다. 현대차는 임시방편으로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용으로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 기간은 9개월에 달한다. 서둘러 생산 확대를 결정한 배경이다. 내년부터는 추가 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인도 플래그십 SUV 크레타와 경형 해치백 그랜드 i10 니오스, 세단 올 뉴 베르나 등도 출고 대기가 6~8개월에 달할 만큼 초과 수요 상태”라며 “현지 생산을 더 적극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지난달 연 13만 대 규모의 탈레가온공장을 인수하고 ‘연 100만 대 생산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엑스터 흥행은 현대차의 인도 시장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엑스터 출시를 계기로 마진이 높은 SUV 판매 비중을 올 6월 54%에서 8월 64%로 끌어올렸다.
엑스터는 눈높이가 높아진 인도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도로·통신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과거 이륜차와 기본 경차 중심이던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도 비교적 고급 사양을 갖춘 SUV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타룬 가그 현대차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에어백 여섯 개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선루프를 선택할 수 있는 엑스터 고사양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인도 출시 차량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안전 강화 기능 등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1위 일본 마루티스즈키가 최소한의 기본 사양만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매량이 6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작년 판매량(55만2511대)보다 9%가량 증가한 규모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