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상장 후 4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배당을 한 기업이 있다. 내로라하는 간판 대기업이 아니라 시가총액 1000억원대 상장사인 한국석유다.
지난 6일 서울 이촌동 본사에서 만난 김득보 한국석유 대표(사진)는 “‘성과가 있으면 주주들과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고(故) 강관석 창업주의 뜻에 따라 적자가 났을 때도 배당을 했다”며 “올해는 주가 안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결산 배당금 인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석유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 진행되던 1964년 아스팔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설립됐다. 국내 산업용 아스팔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엔 플라스틱 유통, 친환경 냉매시장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반도체와 2차전지 제조 등에 사용되는 용제(물질을 융해하는 데 쓰는 액체)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유럽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반도체·2차전지 생산에 사용되는 용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재생 용제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울산 공장에 250억원을 투입해 1차 고순도 생산설비를 완공했다”며 “2차 설비를 증설해 일반 화학 제품으로 리사이클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본업인 아스팔트 시장에서도 신시장을 찾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는 콘크리트·자갈 철도 궤도가 대부분인데 아스팔트 철도 궤도는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3분의 1에 그치고 건설비용도 10~30%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업을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11년간 공을 들였다”며 “내년부터 공격 영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립 60주년인 내년엔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며 “2029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1500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글·사진=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